[가고파] 아주 보통의 하루- 강희정(편집부장)

연말을 느낄 새도 없이 새해를 맞았다. 한껏 들뜬 기분으로 연말연시를 보냈던 예년과 달리 잇단 혼돈과 슬픔의 소용돌이가 평범한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분노와 애도 속에 기억나지 않는 ‘보통의 하루’를 보내는 것이 더 힘든 날들의 연속이다. 안부 인사조차 조심스러운 요즘 건강 기원만큼 주고받는 덕담이 ‘무사’, ‘무탈’, ‘보통’이 아닐까.
▼‘아침이면 일어나 창을 열고/ 상쾌한 공기에 나갈 준비를 하고/ 한 손엔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든 채/ 만원 버스에 내 몸을 싣고~’ 가수 god의 ‘보통날’ 노랫말처럼 매일 아침 건강하게 눈을 떠 출근하고 점심 후 커피 한 잔과 퇴근 후 사랑스런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는 보통의 하루에 새삼 감사함을 느낀다. 어찌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 속에서 느끼는 소박한 즐거움과 흥겨움이 곧 행복임을 알기 때문이다.
▼‘아주 보통의 하루(아보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 중 하나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이 들 때까지 일상의 루틴을 소중히 여기며, 아주 행복하지도 아주 불행하지도 않은 그저 무탈하고 안온한 하루를 가치 있게 여기는 태도를 뜻한다. 특정 순간이나 경험을 중시하는 소확행과는 차이가 있다. 확실한 행복 추구가 아닌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평온함과 안정감을 중시한다.
▼무탈하다는 만큼 다행한 일도 없다. 무사히 보낸 오늘도 나의 숨은 노력으로 얻어진 일상이다. 혼란의 시기, 어느 작가의 말처럼 무사히 지나가는 일상이 행복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아침부터 한숨이나 쉬고 있지 않기를, 눈에 보이지 않는 지금의 노력이 모여서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부디 올해에는 무난하고 무탈하고 안온한 ‘아주 보통의 오늘’을 많이 보낼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강희정(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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