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며] 새봄, 3월 그리고 마산- 차상호(지방자치부 부장)

기사입력 : 2025-03-12 19:13:45

막냇삼촌, 막내이모 같은 도시였다. 친근하고, 격의 없고, 소란스럽고, 왁자지껄하고, 열기로 가득한. 기반 시설은 아직 미비했지만 다른 도시에 부족한 것이 있었다. 기회. 직업을 바꿀 기회, 신분을 바꿀 기회, 그리고 삶을 바꿀 기회.

‘2025 창원의 책’ 5권 중 ‘창원문학 부문’에 선정된 김기창 작가의 장편소설 ‘마산’의 일부다. 마산 출신인 김 작가의 작품 ‘마산’에서 등장인물인 동미가 바라본 1970년대 마산의 모습이다. 지금은 자유무역지역, 당시엔 수출자유지역에서 일본계 기업도 많았지만, 전국적으로도 당시 마산은 제조업의 중심이자 대도시였다.

인근 도시는 물론 다른 시도에서도 직업을 바꿀 기회, 신분을 바꿀 기회, 즉 삶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찾아 마산으로 왔다. 그런 도시였다.

마산을 칭하는 또 다른 이름은 ‘민주화의 성지’다.

1960년 이승만 독재정권의 부정선거에 항거해 마산에서 일어난 우리나라 최초의 유혈 민주화운동인 ‘3·15의거’ 65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3월 6일과 7일 이틀간 ‘3·15의거 역사기행’이 진행됐다. 한국기자협회 경남울산기자협회가 한국기자협회와 10개 시도협의회 소속 언론인을 초청한 행사였다. 6일에는 3·15기념사업회 남기문 상임이사가 역사 현장 안내를 맡았고, 국립3·15 민주묘지 참배를 시작으로 북마산 파출소와 마산 오동동 발원지,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 등을 찾아 민주주의의 숭고한 뜻을 되새겼다. 7일에는 마산지혜의바다 도서관에서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독일유럽연구센터 소장)가 ‘한국의 민주주의와 파시즘’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마산은 어쩌면 한국 민주주의가 시작된 곳입니다.”

김누리 교수는 “우리처럼 연속적인 혁명으로 이룬 민주주의가 없다”며, 3·15의거,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촛불혁명 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3·15의거가 4·19를 촉발시켰고, 부마항쟁이 5·18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결정적인 한국 민주주의의 ‘고비’에서 다시 민주주의를 되살린 도화선이 된 곳이 바로 ‘마산’이라는 것이다.

고려시대 지방행정체제는 5도 양계였다. 경상도, 전라도, 양광도, 서해도, 교주도 등 5도와 동계, 북계가 그것이다.

조선 3대 임금 태종(이방원)은 이를 팔도 체제로 개편했다. 그전에도 큰 도시였지만, 팔도 체제에서는 당시 가장 유명한 도시 이름을 따 도를 명명했다. 경상도(경주+상주), 전라도(전주+나주), 충청도(충주+청주), 강원도(강릉+원주), 경기도의 경기는 수도인 한양 주변을 일컫는 말이다. 북으로 가면 황해도(황주+해주), 평안도(평양+안주), 함길도(함흥+길주)가 있다. 길주군이 이후 경성군으로 바뀌면서 도 명칭도 함경도가 됐다고 한다.

지금도 쓰이는 도의 이름. 그런데 이름에 들어갈 정도로 부강했던 지역이 지금은 얼마나 그 위상을 유지하고 있을까?

부정선거에 항거해 분연히 일어섰던 3·15의 민주 성지 마산도, 70년대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었던 역동적인 마산도 기억에 없다. 그래도 해방 직후인 1946년 3월 1일 마산에서 창간한 경남신문의 일원으로서 마산은 여전히 남다른 의미가 있다. 경험은 못 했지만, 기록은 이어지고 기억은 세대를 넘어 전해지고 또 전해진다. 해마다 새봄이 시작되는 3월이면 유독 마산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차상호(지방자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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