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선관위의 청렴 기준은 내로남불- 김정민(사회부장)

기사입력 : 2025-03-12 19:13:43

다산 정약용은 신유사옥으로 18년 유배 생활 동안 500여권의 대저술을 집필했다. 이 중 빈곤과 착취에 시달리는 백성의 가엾은 현실을 보면서 쓴 ‘목민심서’는 으뜸으로 꼽힌다. 목민심서는 부임부터 해관까지 공직자가 가져야 할 덕목과 자세를 제시했다. 특히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수령의 본무(本務)는 ‘청렴’이라며 누누이 강조했다.

▼그 역시 공렴(공평, 청렴, 강직)을 가슴에 새기고 실천했다. 28살 대과에 급제한 뒤 쓴 시에서 ‘공렴에 정성을 바치기를 원한다(公廉願效誠)’는 구절은 그의 다짐이 잘 담겨 있다. 목민심서가 조선시대 관리들의 지침서임에도 작금의 공무원 교육과정에 필수적으로 편성되는 까닭은 공직 가치를 제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여전히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부패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아빠 찬스를 통한 특혜 채용, 나눠먹기식 조직 운영, 무단결근에도 급여 수령 등 비위는 다방면에서 일어났다. 특히 2013년 이후 시행된 경력채용(219차례)에서, 모든 회차에 걸쳐 무려 878건의 규정 위반이 확인됐다. 솔선수범해야 할 고위직들이 자녀가 채용되도록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고, 자녀를 내정하면서 채용 공고를 변경하거나 면접 점수까지 조작한 사실도 들통났다.

▼썩을 대로 썩었지만 문제의식은 없었다. 내부적으로 친인척 채용 전통이 있다며 ‘문제없음’으로 종결됐다고 했고, 채용 비리 관련자들은 자료를 파기하기도 했다. 과거 부정 채용이 드러났을 때 직무 배제했다가 논란이 잦아들자 슬그머니 복귀시켰던 점을 감안하면 자정 능력은 상실됐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던 선관위가 불공정, 불투명의 대명사가 된 이유다. 다산은 원정이란 글에서 ‘똑같은 백성인데 누구는’이라는 서두로 불평등, 불균형을 바로잡으라고 꼬집었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

김정민(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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