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미나리- 조윤제(함안의령합천본부장)

‘영화 미나리’는 지난 2020년 1월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초연된 이후 이듬해 4월 개최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국제 영화계에 작품성을 알렸다. 1980년대 초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한국인들의 강인한 삶을 개척하는 과정을 담아 많은 감동을 줬다. 마치 ‘식물 미나리’가 척박한 땅에서도 뿌리와 뿌리를 이어가며 생명을 지켜내듯, 우리 한인들의 생존도 미나리의 본능과 다름없다는 것을 오버랩한 것이다.
▼봄이 되면 ‘미나리’가 인기를 한 몸에 받는다. 다양한 봄 나물이 본격 등장하기 전 청정지역에서 재배된 미나리는 각 지방의 브랜드를 달고 식당 곳곳에 등장한다. 우선 봄 미나리 하면 ‘청도 한재 미나리’가 떠오른다. 청도군 한재의 맑고 깨끗한 물을 먹고 자란 미나리에는 기생충과 거머리가 없어 미식가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함안군에도 여항산의 청정수로 미나리가 재배되고 있어 봄 한 철을 구가한다. 여항산 미나리는 향이 짙고 부드러우며 달큰한 맛이 특징이다.
▼의령군 가례면에서 재배되는 ‘밭 미나리’도 유명하다. 물에서 자라는 여타 미나리가 가진 청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994년 가례면 주민들이 밭에 미나리를 심어 판매해 왔다. 아무래도 밭에서 키우니 기생충과 거머리가 생길 수 없고, 잎이 많고 부드러우며 줄기가 연약해 특유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14일부터 16일까지 제4회 의령가례밭미나리축제가 열린다고 하니 한번 찾아가 보면 어떨까.
▼미나리에는 ‘삼겹살’이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지글지글 잘 구워진 삼겹살에 오동통한 미나리 몇 가닥 칭칭 감아 쌈장에 찍어 먹으면 겨울철 달아난 입맛을 돌아오게 하는 강렬한 식감을 맛볼 수 있다. 여기에 서민들의 벗인 소주 한잔 곁들이면 임금 부럽지 않을 정도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봄철 미나리 한 상으로 겨우내 위축된 몸기운을 한번 일깨워 보자.
조윤제(함안의령합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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