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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보물찾기- 조고운(디지털뉴스부장)

기사입력 : 2024-05-15 19:34:05

필자의 국민학교(초등학교) 시절 소풍의 하이라이트는 보물찾기였다. 선생님들이 미리 소풍 장소 구석구석에 선물명이 적힌 쪽지 몇 개를 숨겨두면 학생들이 정해진 시간 안에 찾는 놀이었다.

발 빠르게 쪽지를 찾은 친구들은 환호했고, 엉뚱한 곳만 헤매다 빈손인 친구들은 울상이 됐다. 말이 보물이지 연필이나 공책과 같은 소소한 선물이었음에도 남보다 먼저 찾아냈다는 성취감은 아이들을 하루 종일 우쭐하게 만들었다.

갑자기 ‘라떼 추억’을 소환한 이유는 최근 SNS상에서 유행하는 ‘캐치 캐시(Catch Cash)’ 챌린지 덕분이다.

‘현금을 잡다’라는 뜻의 ‘캐치 캐시’ 챌린지는 SNS 계정주가 특정 공간에 돈을 숨기는 모습을 영상이나 사진으로 공유하면, 해당 공간을 찾는 사람이 돈을 가져가는 이벤트다. 현대판 어른들의 보물찾기인 셈이다. 해외에서 유행한 이 챌린지는 지난달 충북 청주에서 시작돼 전국 다양한 지역에서 이어져 필자가 있는 창원에서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챌린지를 시작한 사람은 민복기(36)씨다. 그는 스마일 스티커 안에 현금을 넣어 도심 전봇대나 공원 정자 등에 부착하면서, ‘숨은 돈을 찾아보세요’라는 게시글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 금액은 1000원부터 10만원까지 다양했고, 위치에 따라 난이도를 별 개수로 표시했다. 반신반의하던 분위기 속 획득한 사람들의 인증에 관심이 쏟아졌고, 민씨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4만명을, 첫 영상 조회수는 1000만회를 넘어섰다.

그는 “8년 전 폐업 후 의기소침한 어느 날 길에서 우연히 본 ‘스마일 스티’커 덕분에 힘을 얻었고, 다른 사람들이 이 보물찾기를 통해 잠깐이라도 즐거웠으면 하는 마음에 이 챌린지를 시작했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어린이들의 소풍날 보물찾기 놀이에서도 어른들의 SNS 캐치 캐시 챌린지에서도 사람들은 보물의 값어치보다는 보물을 찾는 과정에 더 열광하는 듯하다. 누군가의 기쁨을 위해 보물을 숨기는 기꺼운 마음, 보물을 남보다 먼저 발견하는 만족스러운 즐거움이 더해질 때 보물찾기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이다.

힌두교 신화에서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신들은 지구를 창조하면서 인간에게 행복을 찾아내는 모험을 시키기 위해 행복을 가장 찾기 어려운 곳에 숨기기로 했다. 한자리에 모인 신들은 높은 산 정상과 바다 속 가장 깊은 곳 등을 고민했지만 결국 그 장소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으로 정했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의 마음속 행복이 찾기 힘든 보물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보물찾기는 이름만 달리할 뿐 우리네 일상에서 매일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보물의 사전적 의미는 ‘썩 드물고 귀한 가치가 있는 보배로운 물건’이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물 역시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일확천금을 꿈꾸며 복권을 긁고, 누군가는 꿈을 위해 더 공부하거나 더 일을 하며 노력한다. 또 건강을 위해 식단과 운동에 신경 쓰고, 행복을 위해 타인과 마음을 나누고 사랑을 하기도 한다. 맞고 틀리고는 없다. 다만 일상에서 ‘캐치 캐시’ 챌린지처럼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행복한 순간들이 더 자주 더 많이 쌓이면 보물찾기 과정도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다.

조고운(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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