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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대통령의 사과- 이종구(김해본부장)

기사입력 : 2024-05-10 08:12:19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앞서 집무실에서 가진 대국민 메시지 발표에서는 “민생의 어려움이 쉬이 풀리지 않아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며 민생에 대한 유감 표명까지 했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이날이 처음으로 늦어도 많이 늦은 느낌이다. 그는 지난해 말 관련 의혹이 제기된 이후 야권 지지자를 비롯 다수 국민들이 사과를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연초 KBS와 특별대담에서는 “아쉽다”는 표현으로 국민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기(염장을 지르기)도 했다. 그러다가 총선에서 참패하자 떠밀리듯 사과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사과 타이밍을 잘 잡은’ 대통령으로 유명하다. 그는 “변명하지 않겠다” “나에게 책임이 있다”와 같은 솔직한 화법을 선제적으로 사용해 야당의 공격과 반발을 잠재웠다. 2013년 오바마 케어가 웹사이트 장애를 일으켜 비난이 빗발쳤을 때, 그는 TV로 생중계된 백악관 연설을 통해 내 책임이다고 공식 사과했다. 같은 해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참사 때도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바로 사과하면서 정치적 위기를 돌파했다.

▼윤 대통령의 집무실 책상에는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좌우명인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글귀를 새겨진 명패가 놓여 있다. 명패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방한 당시 윤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이 좌우명처럼 윤 대통령이 김 여사 의혹뿐만 아니라 핼러윈 참사나 채상병 사망사고 등 국민들이 안타까워하고 의혹을 갖는 사건에 책임감을 갖고 사과하는 대통령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종구 (김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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