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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베트남 다낭

꿈속인 듯 환상인 듯 … 몽롱한 도시, 나른한 휴식

기사입력 : 2016-07-13 22:00:00
어쩌다 보니 같은 나라를 5번째 여행하게 됐다. 처음 베트남 하노이를 여행했을 때가 2006년이니 지난 10년 동안 5번이나 베트남을 찾았다. 4번의 방문이 배낭여행이라는 네 글자에 딱 맞는 여행이었다면 이번 여행은 관광과 휴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지극히 개인적인 여행자의 욕심을 채운 여행이었다.

베트남 한가운데 아름다운 바다를 가진 동네 다낭은 내가 살고 있는 창원에서 출발해 비행기로 4시간이면 도착하는 곳이다. 인천공항까지 갈 필요도 없거니와 다낭공항에서 시내까지 이동시간은 고작 10여 분. 짧은 비행시간도 만족스럽지만 동남아 노선이 대부분 새벽 도착이라 입국수속하고 짐 찾고 하다 보면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치기 마련인데, 10여 분 만에 시내 입성이 가능하다는 점이 어쩌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다낭행 노선이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성수기 시즌도 아니었는데 내가 탄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젊은 커플, 신혼부부, 아이가 있는 가족, 노부부, 계모임에서 온 패키지 팀, 나처럼 나홀로 여행자까지. 각양각색의 여행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매력이 그곳에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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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개의 봉우리로 이뤄진 오행산. 산 전체가 대리석으로 돼 있어 ‘마블 마운틴’이라 불린다.

베트남은 지구상의 그 어떤 곳보다 풍부하고 흥미로운 역사를 갖고 있다. 수세기 전부터 중국, 크메르, 참족, 몽골의 외세에 시달렸고 그후 프랑스의 지배를 받아 식민지 시대를 보내고 마지막 미국과의 전쟁에서도 승리를 이끌어낸 나라이다. 이들은 거듭된 전쟁에 단련됐고 식민주의, 공산주의의 지배에서도 살아남은, 그 어떤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심지가 굳은 나라이다. 베트남인들은 친절하지만 시크한 매력이 있다. 그래서 간혹 다른 동남아국가 사람들보다 불친절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베트남의 역사를 안다면 그들의 자존감이 지금의 베트남을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적인 과한 친절이 아닌 당당함에서 우러 나오는 그들의 미소가 나는 좋았다. 어쩜 그래서 5번이나 베트남을 찾게 됐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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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 야시장.

베트남에서 4번째로 큰 도시 다낭은 동양 최대의 백사장으로 꼽히는 미케비치를 따라 현대적인 리조트들이 즐비하다. 세계 6대 해변이라 불리는데 그 길이만 해도 20㎞가 넘는다. 파란 하늘 아래 푸른 바다에서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여행객들도, 가볍게 피크닉을 나온 현지인들도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5개의 높지 않은 봉우리로 이뤄진 오행산은 산 전체가 대리석으로 돼 있어 마블 마운틴이라 불리기도 한다. 곳곳에 있는 동굴을 탐험해도 좋고 전망대에 오르면 쭉 뻗은 논느억 비치와 다낭 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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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케비치.


다낭 시내를 처음 활보하던 날. 길을 건널 수가 없었다. 수많은 오토바이 행렬 앞에서 그대로 얼음처럼 얼어버렸다. 베트남에서 이런 장면이 처음도 아닌데 꼭 처음 마주한 것처럼 어느 타이밍에 이 수많은 오토바이 행렬을 뚫고 길을 건너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 멍하니 있으니 도로 앞 카페 직원이 무심한 듯 나타나 길을 건너도록 도와주고 유유히 사라졌다. 사실 베트남에 처음 오면 오토바이의 숲(?) 사이를 지나야 할 때 어찌해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된다. 신호등도 제대로 없고 신호가 있다 해도 보행자보다 운전자 우선인 것 같고…. 이 혼돈 속에 나만 우두커니 서 있고 베트남 사람들은 매우 안정적으로 유유히 길을 건너고 있다. 겁도 나지만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이다. 가만히 서서 바라보면 신호체계랑 상관없이 나름 그들만의 규칙이 있다. 길을 건너는 사람이 피한다기보단 움직이는 오토바이가 사람을 피한다고나 할까? 아, 내가 안 피해도 알아서 피해주는구나. 매우 안심(?)이 되는 순간이다.

다낭이 미케비치를 1번 주자로 내세워 휴양이라는 럭셔리만을 뽐냈다면 나 같은 나홀로 여행자들에게는 심심할 수도 있겠지만, 다낭 시내를 가로지르는 한강에 도착해서 처음 든 생각은 ‘아…, 베트남이다’였다. 수많은 오토바이 행렬이 끊이지 않는 길거리에서 목욕탕 의자에 앉아 카페쓰어다(베트남식 연유커피)를 마시고 분짜에 맥주를 홀짝이고, 음악에 맞춰 베트남 아줌마들이 단체로 춤을 추고, 내가 기억하는 베트남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다낭에서 30분만 이동을 하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서 더 과거로 이동한 느낌. 호이안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자전거를 숙소에서 빌렸다. 파란 하늘 아래 연둣빛이 끝없이 넘실대던 논밭이 이어지는 길을 달리다 보면 끄어다이 해변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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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 한강 야경.


야자수로 지붕을 얹은 해변의 오두막은 아늑한 은신처를 제공했고, 해먹에 누워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코코넛주스 한 잔이면 이곳이 천국이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호이안 올드타운은 이번 여행의 절정이었다. 동남아 최대의 무역항이었던 호이안은 바다의 실크로드라 불렸다. 배를 타고 이곳에 온 이들이 마을을 형성했는데 지금도 투본강을 중심으로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과 공간을 넘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베트남전쟁을 그린 영화 ‘님은 먼곳에’에서 여주인공 수애가 그토록 가자고 외치던 곳이 바로 호이안이다. 베트남전쟁의 아픔을 살짝 비껴간 이 도시는 도시 전체가 옛 모습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 베트남스럽기도, 중국스럽기도, 프랑스럽기도, 일본스럽기도 한 이 작은 마을의 골목골목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마음이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밤이 되면 마을 전체가 등불로 물들어 낮과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다. 호이안을 색깔에 비유하자면 영락없이 일곱 빛깔 무지개색이었다. 울긋불긋 온갖 색들이 우아하게 몽환적인 분위기로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거리 곳곳에 흩날리던 예쁜 등불이 나의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것만 같았다. 보통의 관광지의 밤은 씨끌씨끌하고 정신 사나운 불빛들이 가득하기 마련인데 호이안의 밤은 사뭇 달랐다. 함부로 범접하기 힘든 기품 있는 여인의 모습이랄까? 분위기에 취한 수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 다니지만 결코 씨끄럽거나 난잡하지 않았다. 이 작은 동네가 뿜어내는 분위기에 나처럼 혼자 온 여행자도 취하게 만드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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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팁

1. 김해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는 현지시간으로 새벽에 도착하니 숙소에 미리 픽업 신청을 하는 것이 좋다.

2. 베트남 화페인 동은 원화보다 ‘0’이 많아 계산 시 헷갈릴 수 있다. 뒷자리 ‘0’을 하나 빼고 반으로 나누면 원화 환율에 가깝다. (예 10000동 = 약 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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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정

△ 1980년 창원 출생

△합성동 트레블 카페 '소금사막'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