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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늘어나는 금연구역, 손길 못미치는 흡연단속

실효성 적은 금연구역 확대

12월부터 당구장 등 체육시설 포함

도내 금연구역 9만4467개소

기사입력 : 2017-02-13 22:00:00
흡연자들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던 당구장과 스크린 골프장 등 실내 체육시설이 오는 12월부터 금연구역으로 지정된다. 금연구역은 빠르게 늘어나는데 금연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격한 단속의 부재와 단속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법 규정 때문으로 풀이됐다. 공권력이 감당할 수 없는 금연구역 지정으로 전반적인 관리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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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흡연 실태= 본지는 지난 10일 창원지역 대학가와 주택가, 번화가에서 청소년들이 주로 찾는 PC방의 실내 흡연 여부를 확인했다. 20곳을 방문한 결과, 2곳 중 1곳은 이용자들의 흡연이 자유로웠다. 실내에 흡연실이 갖춰져 있음에도 피시방 앉은 자리에서 종이컵 등을 재떨이 삼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었다. 이날 피시방을 찾은 중학생 김모(15·창원시 의창구)군은 “바로 옆에서 누가 담배를 피워도 참을 수 밖에 없다”며 “여러명이 동시에 피우면 정말 구역질 난다”고 불평했다.

피시방의 흡연 여부는 사실상 업주의 마음에 달려 있었다. 한 업주는 “담배를 못 피우게 하면 매출이 떨어진다. 그런데 이를 놔두면 비흡연자들이 흡연 민원 신고를 넣는다”면서 “고육책으로 인근에 피시방을 하나 더 차려 한 피시방은 흡연 피시방으로, 다른 피시방은 금연 피시방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업주는 “규모가 큰 피시방의 경우 흡연을 제지하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는 담배를 피워도 그냥 놔둔다. 막아서 득될 게 없다”고 했다. 그래도 철저히 흡연을 막고 있다는 한 업주는 “법을 잘 지키는 사람만 손해를 보고 있다. 특히나 밤에는 단속도 없어 손님 다 뺏긴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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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부족한데 금연구역만 늘어나= 지난해 경남의 금연구역 단속 현황을 살펴보면 과태료를 부과한 1327건 중 게임제공업소(피시방 등)에서 적발된 경우만 1266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과태료 액수만 1억2498만원에 달했다. 단속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금연이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1056개소의 게임제공업소를 포함해 도내에는 공공시설, 식당, 학교 등 총 9만4467개소의 금연구역이 있다. 하지만 금연지도 단속인력은 62명에 불과하다. 1인당 1524개소를 담당하는 꼴로 턱없이 부족하다.

연말 당구장을 비롯해 금연구역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어서 단속인력 부족 현상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실효성 떨어지는 단속= 현실을 고려치 않은 법 규정도 단속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 국민건강증진법상 흡연단속은 현장 적발이 원칙이다. 현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흡연자가 아니면 정황이 있더라도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 지난해 도내 금연시설 단속은 12만8482건에 달하지만, 현장 적발로 조처된 경우는 2642건(주의·경고 1315건, 과태료 부과 1327건)에 불과했다. 창원보건소 관계자는 “왜 나만 잡냐며 불만을 강하게 표시하는 경우가 많아 단속이 참 힘들다”고 했다.

◆양벌규정 도입 필요성= 현행법상 금연시설 소유자 또는 관리자는 사업장에 금연구역 스티커를 부착하고, 밀폐된 흡연실을 설치하면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금연시설 소유자 또는 관리자에게도 책임을 부과하는 양벌규정 도입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은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흡연한 사람뿐 아니라 관리자도 처벌받아야 금연시설 내 흡연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당구장 등 시설도 금연구역이 되는데, 이곳이 금연공간이 되면 가족 단위 활동을 증진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작정 금연구역을 확대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흡연자들의 반발도 만만찮고, 성인에게 금연을 강요할 권리는 없다”며 “흡연자를 나무라는 인식 개선보다 간접흡연의 위험성을 알려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대훈·김재경 ad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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