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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라이프] 다양한 키보드의 세계

'쓰윽' 대충 보면 똑같죠

기사입력 : 2017-05-30 22:00:00
PC를 구매할 때 키보드는 끼워주는 물품으로 취급받던 시절이 있었다. 지난 몇십 년간 컴퓨터는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키보드는 오히려 역행하기도 했다. 빠른 컴퓨터만 원했지 손에 맞는 키보드에는 무신경했다. “키보드는 어떤 걸로?” 라고 물으면 “아무거나, 다 똑같잖아”라는 대답을 많이 들었다.
 
몇 년 전까지 판매되는 대부분의 키보드가 멤브레인 방식의 키보드였기 때문이다. 화면을 터치하는 스마트폰과 달리 PC에서 내가 만지는 건 키보드, 마우스이다. 촉감은 아주 중요한 감각이므로 개인적 취향도 다르다.
 
손맛을 느껴볼 수 있는 키보드의 세계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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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키보드를 판매하는 키보드 전시장.


◆기계식= 기계식 키보드는 가장 오래된 방식이다. 타자기와 같이 기계식 키보드는 키마다 하나씩 스프링이 들어 있는 독립된 스위치로 구성돼 있어 키의 정확도를 높이고 입력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키캡 밑 스위치가 아래로 내려가면서 금속 접점을 누르는 소리가 ‘딸깍딸깍’ 경쾌한 타건음을 만들어 주고, 올라올 땐 스프링의 반발력이 손맛을 더해주는 게 특징이다. 많은 부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무게가 무겁고 제작 공정이 복잡해 10만원 이상의 제품이 주류였다. 기계식 키보드 스위치 시장을 쥐고 있던 체리 스위치의 특허가 몇 년 전 만료되면서 오테뮤, 카일 등 수많은 유사 스위치들이 등장했다. 덕분에 기계식 키보드 가격이 많이 저렴해지고, 다양한 제품들도 늘면서 기계식 키보드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기계식 키보드 스위치는 색상으로 구분하며 대표적으로 청축, 적축, 갈축, 흑축 4가지가 있다. 먼저 청축은 ‘찰깍찰깍’ 소리와 함께 키 입력 상태를 손가락으로 바로 느낄 수 있어 전통적인 기계식 키보드를 체감할 수 있는 클릭 방식의 스위치이다. 경쾌한 타건음은 타이핑에 재미를 느끼게 해주지만, 소음이 크기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사용은 자제하는 편이 좋다.

갈축은 청축보다는 조용하면서도 부드럽게 동작하는 편이다. 넌클릭 스위치 방식으로 청축의 클릭 스위치와 비슷한 키감을 제공하지만 딸깍거리는 소음을 없앴다. 적축은 리니어 스위치 방식을 사용한다. 소음과 반발력이 적어 가볍고 부드럽게 타건이 가능해 사무용으로도 적합하다. 흑축은 적축과 같은 리니어 스위치 방식이지만 스위치 압력이 높은 편이다. 스위치 압력은 40g, 55g 등으로 표시한다. 이 숫자가 높을수록 누르는 데 힘이 든다. 반면 반발력이 높아 연속 입력이 유리하고 타건음도 조용한 편이다. 압력이 낮아지면 손의 피로도가 낮으나 스치기만 해도 입력이 될 수 있어 오타가 발생할 수 있다.


◆멤브레인= 멤브레인 키보드는 90년대부터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폭발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플라스틱 막 위에 구리 패턴을 인쇄해서 스위치를 형성하는 기술이다. 얇은 막의 형태이기 때문에 이것을 멤브레인 스위치라고 하며, 키캡 밑에 러버돔이라는 실리콘이 부착돼 있다. 이 러버돔을 눌러 두 개의 필름이 맞닿으면 전기가 통하면서 입력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가장 흔히 쓰는 키보드 방식이다. 단종된 DT-35가 국민 키보드로 유명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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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브레인 키보드


◆펜타그래프= 펜타그래프 키보드는 X자 모양의 구조체를 이용해 키캡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키를 누르면 아래 러버돔이 접점을 누르는 방식이다. 멤브레인 키보드와 비슷하다. 두께를 얇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노트북 키보드나 슬림 키보드에 많이 사용된다. 낮은 높이로 또 다른 키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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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그래프 키보드


◆플런저= 플런저 키보드도 멤브레인 키보드의 변형이다. 플런저라는 특수한 구조물과 특수한 러버돔을 사용한다. 멤브레인 키보드처럼 키캡이 러버돔을 직접 누르지 않고 딱딱한 플라스틱 구조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누르는 방식이다. 그 결과 플런저만의 키감이 생기며, 소리도 경쾌해진다. 멤브레인과 기계식 중간쯤의 키감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정전용량 무접점=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 키보드는 전류량의 변화를 감지해 신호를 입력하는 방식이다. 기계식이나 멤브레인 등의 스위치는 반드시 바닥의 접점을 눌러야만 신호가 발생한다. 하지만 무접점 방식은 바닥을 찍지 않아도 글자가 입력된다. 때문에 누르는 듯 마는 듯 구름타법으로 눌러도 입력이 가능해서 자판 입력속도가 빠르고 피곤함이 훨씬 덜하다.

‘백종원 키보드’라 불리는 토프레사의 리얼포스 제품이 유명하다. 30만원이 넘는 고가의 제품이지만 키감이 매우 좋고 경쾌한 소리가 특징이라 키보드를 많이 사용하는 IT직군의 사람들에게서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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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용량 무접점 키보드


◆ 눌러 봐야 안다= 요즘은 마트나 전자매장에 다양한 키보드를 전시해두고 판매하고 있다. 다양한 키보드를 눌러 보다 보면 멤브레인 키보드 말고도 수많은 다른 키보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터치감은 키보드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같은 분류에서도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스위치 종류, 스위치 압력, 키캡 재질, 키캡의 높이, 보강판에 따라 달라진다.

비싼 키보드가 있다고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키보드의 가격과 키감은 비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본인이 선호하는 키감은 타이핑할 때마다 자신을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자신이 선호하는 키감을 찾기 위해 멤브레인 키보드에서 벗어나 다양한 손맛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박진욱 기자 jinux@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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