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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유럽 혁신학교에서 경남 행복학교 길을 찾다 (1) 핀란드-평등과 기회

모두에게 열린 공간서 누구나 균등한 교육

기사입력 : 2017-10-10 22:00:00


우리나라는 입시라는 큰 틀에 얽매어 학생들의 자율성과 다양성, 창의성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현장에서는 이러한 목소리를 담아 자율과 민주, 소통을 기반으로 미래세대의 행복하고 즐거운 교육을 위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의 ‘행복학교’를 비롯해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혁신학교’, ‘빛고을혁신학교’, ‘무지개학교’, ‘행복나눔학교’ 등이 그것이다. 최근 교육강국으로 부상한 북유럽의 핀란드와 덴마크를 비롯해 혁신교육의 시초로 불리는 독일의 교육현장을 돌아보고 새로운 학교문화 정착을 시도하고 있는 경남 ‘행복학교’의 나아갈 바를 모색해 본다.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지 100년을 맞는 핀란드가 미래 생존을 위해 선택한 것이 교육이다. 긴 겨울과 척박한 자연환경으로는 살아가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교육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가도록 했다. 핀란드는 유치원부터 박사과정까지 전면 무상교육을 단행하고 있고 ‘단 한 명의 아이도 낙오시키지 않고 모든 아이를 데리고 간다’는 원칙을 지켜가면서 현재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교육강국으로 불리고 있다. 무상교육을 바탕으로 하는 핀란드의 학교는 대부분 시립(공립)이며 소수의 사립학교가 있다. 사투엘로 핀란드국가교육청 카운슬러는 “핀란드 모든 학교의 교육은 비슷하다. 때문에 핀란드는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다”고 자부심을 보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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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라토카르타노 학교 학생들이 학년 구분 없이 수업을 듣고 있다.

◆무학년제, 라토카르타노 종합학교= 라토카르타노 학교는 7~16세(유치원~중3) 800명의 학생이 있고, 47개 홈그룹(학급)으로 운영된다. 이곳은 학년을 구분하지 않고 다른 연령의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집단으로 공부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학년별로 국가가 정해준 수업진도를 나아가야하는 방식이라면 이 학교의 무학년제는 교사와 학생 등이 학습 목표나 학습량을 논의해 얼마나 목표에 도달했는지를 중심에 둔다. 개인 맞춤식 학습계획에 따라 운영되는 것이다. 교사는 학생이 목표에 도달했을 때는 새로운 과제를, 미달했을 때는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도록 지원해준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일 년에 두 차례 모여 상담을 통해 개별학습계획에 대해 평가를 하기도 한다.

최근 난민 문제는 핀란드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 학교 학생의 30%가 에스토니아 등 다문화 학생들로 이뤄져 있다. 특히 이 학교는 핀란드어 외에도 핀란드 언어나 문화에 빨리 적응하도록 에스토니아어로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모든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는 교육원칙에 따라 5학년 이후에는 성적을 평가하지만 유급위기가 있을 경우 학습 수준을 높이기 위해 학부모와 함께 노력하기 때문에 800명의 학생 가운데 유급자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 학교의 라우나 마리아 시니살로 국제팀장은 “아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 질문을 해야 하고, 학생들은 교사로부터 획일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면서 “배움은 학교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아이들이 보고 듣고 체험하는 모든 것이 교육이다. 마을이 학교이고, 학교가 마을인 것이다”고 학교 교육철학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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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르벤파고등학교 중앙홀.

◆대학같은 야르벤파고교= 이 학교에는 전일제 수업을 듣는 학생 외에 실업학교에서 오는 시간제 학생, 야간수업을 듣는 지역 성인학생까지 1000여명이 재학하고 있다. 이 학교의 특징은 학급 개념이 없다. 쉽게 우리나라의 대학으로 생각하면 된다. 필수와 선택과목을 보고 시간표를 짜서 선택해 수업을 듣는다. 학년 개념은 있지만 1학년 때 3학년과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필수는 47~51개, 선택은 300개 과목이 있는데 3년 동안 최소 75개 코스를 들어야 한다. 이를 이수하며 빠르면 2년에 졸업할 수도 있고 늦으면 4년 만에 졸업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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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형으로 지은 야르벤파 고등학교. 맨 아래층에서 아레나 광장에서 학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소통과 열린공간, 건물도 교육의 한 부분= 라토카르타노 종합학교는 지난 2009년 유네스코가 인정한 친환경 학교다. 디자인 공모를 통해 설계된 이 학교는 크게 보면 연(kite) 모양으로 밝고 열린 분위기다. 유리창을 크게 해서 안팎으로 투명하게 잘 보이게 해 열린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현대적 자연환기시스템이 도입돼 좋은 공기를 마시며 공부를 하도록 했다. 목재를 이용한 4동의 학교시설은 햇빛이 사방에 들어오도록 설계됐다. 중앙홀에는 식당 겸 행사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두고, 이를 중심으로 2층 건물은 4동의 홈 지역(home areas)으로 나뉜다. 학생들은 하나의 홈 지역에서 졸업할 때까지 9년 동안 생활하게 되고, 홈 지역 내 교실은 하나의 유리벽과 여러 개의 문으로 나눈다. 우리나라 교실이 두터운 시멘트 벽속에 하나의 공간으로 만든 것과 달리 두 개의 교실 사이에 유리문을 두고 언제든 협력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야르벤파고등학교의 건물은 방사형으로 학교건물 중심에 원형으로 ‘아레나’라 불리는 열린 광장, 중앙홀이 있다. 현관을 들어서면 대형 유리창을 통해 채광이 되고, 1층 중심에는 급식소가 있다. 학생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옆에서 피아노도 연주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광장 역할을 한다. 위층에는 교실과 열린 도서관 등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교실과 방들로 구성돼 있다. 자칫 소음으로 수업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 보였지만 학생들은 열린 광장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생활한다. 이 학교는 2003년에 지었지만 더 나은 환경 조성을 위해 공간 구성과 시설에 많은 노력을 들이면서 핀란드 학교들 사이에서도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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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르자 리사 야르벤파고교 교장

“학생에 선택의 자유를…대신 책임감도 함께 교육”

리사(사진) 교장은 핀란드 교육에서 자율과 책무성을 강조했다. 리사 교장은 “한국과 같은 학급의 개념이 없다. 20여년 전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졌다. 학생들이 스스로 필수와 선택과목에 대해 시간표를 짜도록 해 선택의 자유와 책무성을 동시에 배우도록 한다. 대학에 가서나 경험할 수 있는 선택과 결정을 고등학교 단계에서 결정하게 된다. 고등학생 정도면 자유를 누리고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면서 “아이들이 어떤 것을 공부할지 스스로 정하면 교사들은 어드바이스를 하는 정도로 아이들에게 자유를 준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아이들에게 선택의 자유와 책임을 주지만 교사들에게도 자유롭게 학습코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도록 자율성을 보장한다. 리사 교장은 “교사들은 1년에 한 건 정도 보고서를 올리면 된다. (제가) 20년 동안 교육당국에 보고서를 보냈지만 왜 그걸 했냐고 따진 적이 없다”라면서, 교사들이 학습에만 전념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리사 교장은 “핀란드 교육의 평등성은 단순히 학비를 국가가 대준다는 정도가 아니라 소외되거나 학습이 더딘 아이들을 혼자 두지 않는다”면서 “아이들의 학습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평등교육이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이현근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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