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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4차산업혁명 시대, 나의 일자리는 안전할까? ② 창원 기업의 4차산업 준비

10곳 중 3곳만 디지털기술 적용 ‘걸음마 단계’

기사입력 : 2017-10-10 22:00:00


경남은 조선·기계·정밀 등 제조산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특히 창원은 동남권 기계공업의 중심지로서 오랫동안 자리매김해 왔다. 때문에 4차산업혁명 기술과 이에 따른 일자리 변화에 대한 전망은 창원지역 제조업체들에게도 상당한 관심거리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들은 얼마나 깊이 연구하고 대비하고 있을까?

4차산업혁명 기술을 선도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한화테크윈 창원2사업장의 스마트공장 가동 경과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고용변화를 짚어보고, 창원지역 제조업체의 4차산업혁명에 대한 인지도 등 준비 실태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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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창원시 성산구 성주동 한화테크윈 창원2사업장의 스마트 팩토리./경남신문DB/

▲한화테크윈 스마트공장 추진 배경

창원시 성산구 한화테크윈 창원2사업장에는 스마트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잔디밭이었던 4만5000여㎡ 부지에 2016년 7월 공장을 신축하고 11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했다. 생산품은 항공기엔진부품. 총 6종류로 롤스로이스, 에어버스, 보잉의 신형엔진에 부착되는 부품을 전담해 가공하고 있다.

한화가 스마트공장 신축을 추진하게 된 것은 중국이 항공기 엔진 시장에 뛰어들면서부터다. 세계 항공기 엔진부품시장은 2016년 기준 약 420억달러 규모. 여기에 중국의 민항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중국 업체들도 저렴한 인건비와 급성장하는 기술력을 무기 삼아 세계 유수업체들과의 수주경쟁에서 크게 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한화 측의 설명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스마트공장은 인건비와 기술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대안이자, 생산력 증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지로 떠올랐다.



▲자동화에 지능화를 더하다

사실 한화테크윈이 추진했던 스마트공장의 초기 개념은 자동화였다. 하지만 ‘자동화가 곧 스마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자동화에 지능화를 가미시키는 작업이 시작됐고, 일종의 사내 학습조직이었던 스마트공장 연구팀도 상근 TF로 만들어져 공장 설비와 가동에 박차를 가했다.

스마트공장의 핵심 기술은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 기술을 이용해 생산공정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하고, 예지하고,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이 과정에서 도출되는 모든 데이터는 자동으로 축적된다. 아직 부문자동화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향후 3년간의 고도화를 거쳐 2018년 말에는 자율제어까지 발전시킬 계획이다.



▲에코 프로젝트(ECHO PROJECT)

한화테크윈 스마트공장 조성 계획은 일명 ‘에코 프로젝트(ECHO PROJECT)’라 불린다. 핵심 개념은 초연결, 실시간, 시각화. ‘초연결’은 데이터를 가지는 모든 사물에 대해 센서를 부착, IoT 기술로 각각을 연결시키는 작업을 말한다. ‘실시간’은 공정에 대한 실시간 제어를 의미한다. 현재는 공장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인력이 투입돼 문제를 확인·해결하면서 제조공정이 지연되고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실시간 시스템이 작동될 경우 시스템 스스로 문제를 감지해 미연에 방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즉 ‘발생 후’가 아니라 ‘발생 전’에 미리 대응하는 방식이다. ‘시각화’는 생산과정에서 생성되는 생산정보를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는 개념이다. 각 공정은 개인 PC와 공장 곳곳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 개인 모바일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스마트공장의 인력구조

항공기 부품은 약 150개의 공정을 거친다. 제품 하나가 완성되는 데 90일가량이 걸리고, 제품가격만 1억원을 호가한다. 구매 이후에도 제품 관리가 중요하다. 현재 각 개별 제품마다 데이터를 구축해 제품정보를 수록하는 블루투스 센서를 각 제품에 장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생산정보를 비롯해 내구연한이나 교체시기 등 다양한 사후관리 정보까지 제품 자체에 탑재된다.

스마트공장은 일부 공정이 FMS(유연생산시스템)에 의해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된다. 무인 생산이 가능하고, 부품을 자동으로 공급하는 체계다. 현재 한화테크윈 스마트공장도 사람이 상주하지 않아도 공장이 ‘알아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스마트공장에는 12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기존 동일한 규모의 사업장에 비해 절반가량 인력이 줄어든 셈이다. 이들은 ‘디지털 트윈’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모니터, PC, 모바일로 생중계되는 작업공정을 살피고 제어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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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역 제조업체의 4차산업혁명 준비 실태

창원상공회의소가 창원지역 146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집계한 ‘창원지역 제조업체의 4차산업혁명 준비실태 조사’ 결과, 30%만 디지털기술을 제조 현장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업체(대기업 14개사, 중견기업 27개사, 중소기업 105개사)의 디지털기술 도입에 대한 관심은 ‘스마트팩토리’(46.4%), ‘스마트물류’(34.5%), ‘데이터보안’(34.5%), ‘로봇’(26.2%), ‘빅데이터’(21.4%), ‘스마트센서’(16.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디지털기술 도입에 대한 CEO 의지는 대기업 CEO의 90%가 ‘적극적’인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60%만 CEO 의지가 ‘적극적’이라고 응답해 기업규모별 차이를 보였다.

제조혁신 추진의 시급성에 대해서는 대기업은 57.1%, 중소기업은 11%가 그렇다고 답했고, 연구개발 투자에도 대기업 78.6%, 중소기업 46.2%로 차이를 보여 4차산업혁명 준비의 격차가 큰 것으로 풀이됐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일문일답] 임재영 항공엔진사업본부 상무

“스마트공장 생산성 높여 사업규모 증대, 다양한 신사업으로 일자리 만들어 낼 것”

-스마트공장 설립이 확대될 전망인가?

▶창원2사업장에서 검증된 부문은 그룹내 기존 공장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한화그룹뿐 아니다. 엔진부품사업은 협력사 활용 비중이 70%에 달하기 때문에 스마트화 사업 확대는 협력사까지 전달될 것이다. 이로 인해 경남지역 기업체들과의 협력에서 시너지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스마트공장 구축이 주는 의미는?

▶항공기부품 사업만 해도 이른바 생존경쟁이다. 4차산업혁명을 이끄는 독일·미국뿐 아니라 자국 인구가 수요·공급을 받쳐주고 저임금에 첨단기술까지 겸한 중국과 인도차이나 반도 국가들이 위협적 존재로 부상할 것이다. 실제 4차산업혁명이 가시화되면 기업체 간, 국가 간 생산성에 엄청난 격차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자동화·지능화는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본다.

-일자리 관련해 반발이 있지는 않았나?

▶그런 오해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스마트공장의 궁극적 목적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공정을 정교화하고 생산성을 높이면 오히려 수주가 늘고, 사업 규모가 커지면 인력은 더 많이 필요하다. 스마트 공장은 생산에만 참여하던 인력을 다른 부문으로 배치해 제품의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지, 당장 일자리를 잠식하려는 목적을 가진 시스템이 아니다. 물론 스마트공장이 점차 늘어나면 이전에 비해 신규채용이 활발하지 않을 수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에 따른 다양한 신산업 부흥은 우리가 생각지 못한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으로 짐작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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