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기획] 4차산업혁명 시대, 나의 일자리는 안전할까? ③ 독일 드레스덴(Dresden)과 인더스트리 4.0

자동화 등 공정혁신에도 10년새 일자리 2배 늘어

기사입력 : 2017-10-17 07:00:00


4차산업혁명의 시초는 독일 정부가 2011년부터 추진해온 제조혁신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이다. 인더스트리 4.0은 제품 주문에서부터 생산, 제조를 결합해 생산유연성을 제고하고, 물류 통합, 기업 간 협력 및 정보공유로 비용 절감과 고객 맞춤형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제조 패러다임이다.

이번 회에서는 독일, 특히 유럽에 공급되는 반도체 칩 절반가량을 생산하고 있는 드레스덴시(市)를 찾아 인더스트리 4.0을 지원하고 있는 시 경제지원국과 협력 네트워크인 실리콘 색서니(Silikon Saxony)를 방문해 이들의 일자리 동향을 알아본다.


메인이미지
스마트공장으로 공정 완전자동화를 이룬 인피네온사(Infineon).

▲인더스트리 4.0의 첨병, 드레스덴 시= 드레스덴시는 거주자 절반이 연구기술 부문에 근무하거나 관련 학업을 마친 것으로 집계될 만큼 산업분야가 발달한 도시다. 프라운호퍼 연구소 10곳, 막스플랑크 연구소 4곳, 라이브니츠 연구소 5곳, 헬름홀츠 연구소 2곳 총 47개의 제조업 관련 연구소가 산재해 있다.

특히 드레스덴 공대(TU Dresden)는 지역내 관련 인력 배출과 수급을 맡고 있다. 2012년부터 연속해 독일내 최우수 대학교에 선정됐고, 특히 바이오 제약, 바이오엔지니어링 부문 국제대학원, 드레스덴 어드밴스드 일렉트로닉스, 드레스덴재생치료센터가 중심축으로 관련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반도체 분야는 드레스덴 시가 독보적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스마트공장으로 90% 이상의 공정 자동화를 이룬 인피네온사(Infineon社) 등 관련 업체가 집적해 있다. 또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활동이 두드러진다는 것이 드레스덴의 특징이다. 드레스덴 소재 기업의 3%만이 250명 이상 직원을 고용하고 있을 정도로 중·소규모 업체 비중이 크다.

메인이미지
드레스덴 공대 응용과학 대학 사물인터넷 테스트베드 현장.

▲네트워크 구성이 중요= 이러한 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만드는데는 ‘실리콘 색서니(Silikon Saxony)’의 역할이 컸다. 실리콘 색서니는 반도체, 소프트웨어, 태양광, 마이크로 시스템 산업체의 네트워크 협력체다. 인피네온, 글로벌파운더리즈(GlobalFoundries)와 같은 글로벌 기업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중소기업 300여개 회원사가 있고, 제조업체뿐 아니라 연구기관, 컨설팅, 서비스 업체가 다양하게 포진돼 있다.

드레스덴의 인더스트리 4.0은 실리콘 색서니가 조성한 ‘산업 생태계’ 속에서 꽃피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제조혁신을 위해 실리콘 색서니는 회원사들을 연결하고 협력시키는 역할을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의 기술을 보태고 연구기관이 참여하며, 지방정부가 지원하는 과업 진행이 실리콘 색서니라는 토대 위에 이뤄졌다.

이를테면 2011년부터 드레스덴시가 지원한 50여개의 제조혁신 프로젝트에 각 기업과 연구소가 참여하고, 이를 실리콘 색서니가 주도해 관리·경영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140만유로가 투입됐고, 이 중 절반은 기업들이, 절반은 연방정부가 지원했다. 실리콘 색서니 관계자는 “회사와 정부의 투자, 개별 업체들의 협력, 투자와 협력을 연결시키는 네트워킹이 맞물리며 드레스덴이 인더스트리 4.0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메인이미지
정부·시·연구기관·업체가 모인 협력 네트워크 ‘실리콘 색서니’.

▲인더스트리 4.0이 일자리를 창출한다?= 실제로 이러한 제조혁신 드라이브를 통해 드레스덴시의 일자리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이에 대해 드레스덴 시는 ‘단언하기 어렵다’는 대답을 내놓는다. 드레스덴 시 경제지원부는 “공장자동화 등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생겨났는지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 드레스덴 시 경제지원부국장은 “4차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는 독일 내에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무조건 일자리를 지키려 하기보다 선도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제조혁신은 일자리 감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보쉬와 삼성이 드레스덴에 투자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며 “이를 통해 드레스덴에는 800개에 달하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즉, 기술발전이 반드시 일자리 감소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앞으로 새로운 능력을 요하는 일자리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재교육이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메인이미지

▲인더스트리 4.0이 일자리를 변형시킬 뿐이다?= 하지만 공장자동화가 인력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점은 독일사회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실제 인피네온 사는 스마트공장으로 인해 제조인력의 절반이 다른 직무로 이동해야 했다. 즉, 단순 기계조작과 관련된 반복작업이 요구되던 일자리 50%가 줄어든 것. 하지만 ‘전체 고용인원은 줄지 않았다’고 인피네온 측은 강조한다.

이들 제조인력은 현재 컴퓨터를 이용해 공정을 제어하는 일을 하고 있다. 사람이 직접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고, 사람은 이 기계를 ‘통제’하는 방향으로 일의 체계가 달라진 것.

일자리와 관련해 인더스트리 4.0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가능성도 시사한다. 드레스덴 지역 중소기업들이 자동화 설비를 개발해 타기업에 납품하면서,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제조하는 신산업이 만들어지고, 여기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난 것.

실제 자동화 설비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실리콘 색서니 회원사 중 로봇과 제어시스템 개발·생산업체에는 추가로 많은 일자리가 생겨났다. 실리콘 색서니 매니지먼트에 따르면 지난 10년동안 실리콘 색서니 회원사 전체의 일자리는 2007년 약 3만개에서 2017년 현재 약 6만개로 2배가량 늘었다.


메인이미지
프랭크 보센버그(실리콘 색서니 매니지먼트 디렉터).

/일문일답/ 프랭크 보센버그 (실리콘 색서니 매니지먼트 디렉터)

“노동인구 감소 문제에 직면 … 고급기술 교육 지원 등 고민”


-인더스트리 4.0이 드레스덴의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일자리가 줄어든 회사는 없다. 하지만 일의 성격은 달라지고 있다. 단순작업자들은 점점 해고 위기에 몰릴 것이다. 때문에 회사는 어떻게 직원들을 재교육시켜야 하는가, 노동자는 내가 무엇을 다시 배울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 특히 사회 전체가 현재 각광받는 일자리가 10년 후에도 건재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학업이 끝났다’는 것이 ‘배움이 끝났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일자리가 줄지 않았다면 독일이 당면한 일자리 문제는 무엇인가.

▶독일은 인구

피라미드의 변화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독일 정부는 당장 10년 안에 노동인구가 급격히 줄 것을 이미 예측하고 있다. 때문에 모든 회사들은 이 기간 안에 누가 자신들을 위해 계속해서 일하게 될지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다. 제조혁신에 따른 고급기술을 가진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고 단순작업자들을 해고하는 방법과 단순작업자들에게 고급기술을 익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이다. 이는 위험부담에 따른 각 회사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독일이 직면한 인구변화 추이를 볼 때 고용된 이들을 재교육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 본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유경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