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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4차산업혁명 시대, 나의 일자리는 안전할까? ⑤ 미래 세대 일자리를 위한 제언

회사·직급·안정성 사라져 … ‘노동 가치’ 평가 고민할 때

기사입력 : 2017-10-18 22:00:00


지금까지 4회에 걸쳐 4차산업혁명이 볼러온 일자리 논쟁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전망들을 짚어 보았다. 여기에서는 미래의 노동이 어떤 모습일지 전망해보고, 미래 세대가 가지게 될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에 대해 유추해본다.

또 이에 대비해 우리 사회가 갖춰나가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또 급속한 기술발전 속에서 일자리를 바라보는 인간중심적 시각의 필요성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떠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지 전문가의 의견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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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만들어진 택시회사 ‘우버’ 홈페이지.


▲차도 기사도 없는 택시회사= ‘우버(uber)’라는 택시회사가 있다. 2009년 트레비스 캘러닉이라는 젊은 창업자가 만든 회사다. 그런데 이 회사는 보유차량도 없고 고용된 기사도 없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 앱만 다운로드받으면 누구나 기사가 되고 승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량을 가진 사람이 우버 앱에 자신의 차량을 등록하고 운행이 가능한 시간 등 정보를 제공하면, 승객은 앱을 통해 차량을 골라 탄다. 요금은 승객과 기사 손을 통해 오가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에 등록한 신용카드로 결제되며, 결제된 금액은 우버가 20% 내외 범위에서 수수료로 가져가고 나머지는 기사에게 배분한다.

지난 2015년 우버는 서울에 진출했다. 하지만 택시 기사들의 강력한 반발을 샀고, 서울시는 우버 관련 신고포상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무료로 전환하면서까지 강력히 반발하던 우버는 며칠을 못 버티고 한국에서 서비스를 중단했다.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도 우버에 반발하는 택시 기사들의 파업이 이어졌다.

전 세계 택시업계는 우버를 두고 ‘유사 택시’라고 낙인찍었다. 결국 우버의 등장은 ‘기술이 일자리를 잠식할지도 모른다’는 거대담론과 연결된다.


▲우버는 미래 기업의 예시다= 우버가 보여주는 고용 관계는 4차산업혁명이 불러올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예고’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버는 모바일을 통해 승객과 운전기사를 연결해주는 인터페이스 제공만 수행한다. 이를 기반으로 해당 업무에 적절한 노동자를 찾고, 노동자를 소비자에게 연결시키는 일 외에 우버가 하는 업무는 없다. 때문에 차량을 보유할 필요도, 기사를 고용할 필요도, 기반시설을 갖출 필요도 없다.

즉 미래의 기업은 사람을 고용하는데 따르는 각종 비용과 수고를 제로화시키며 성장한다. 기업은 네트워크를 통해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한시적 수요에 대해 한시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노사관계’를 명확히 규정할 만한 장치가 없는 경제가 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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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사라지고 직업만 남는다= 미래의 업무 방식은 노동의 시간적·공간적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재택·원격근무가 활성화되고 직급 체계는 사라진다.

때문에 특정 기업에서 쌓은 근속연수가 아닌 노동시장 전체에서 참여한 프로젝트 경력이 개인 프로파일에 축적되면서 커리어를 형성해 나가게 된다. 즉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개인이 네트워크를 가진 기업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산발적으로 참여하고 프로젝트가 끝나면 각자 흩어지는 형태다.

미국 재무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인튜이트는 2020년까지 전체 노동자의 40%가 정규직이 아닌 독립계약자, 프리랜서, 자영업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즉 미래 세대는 월급, 4대보험, 휴가, 회식, 승진, 인사고과 등 3차산업사회의 일자리가 만들어온 모든 제도와 혜택, 풍토, 문화와 결별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곧 ‘일자리의 불안정성’과 결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제조업 경제의 전통적인 고용관계 밖의 플랫폼 경제에서 증가하고 있는 비정형 근로자의 기본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재정비하고, 프로젝트 형태의 다중취업자에 대한 보호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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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명호 (재)여시재 연구위원

“고용 안정 담보할 사회적 장치 필요”


노동의 유연성은 ‘인력 재배치’ 개념

인공지능을 도구로 새영역 개척해야


지난달 20~21일 경기도 성남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와 스타트업캠퍼스 일대에서 ‘빅포럼 (B.I.G Forum) 2017- 4차 산업혁명과 글로컬(GLOCAL)의 진화’가 열렸다. 포럼에 참석한 이명호 (재)여시재 연구위원을 만나 미래 세대의 일자리에 관한 다양한 전망을 물었다. 이명호 연구위원은 ‘4차산업혁명에 대한 준비는 미래 산업과 노동에 대한 사회적 컨센서스를 마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독일 ‘노동 4.0’ 백서를 요약·번역해 국내에 발간했다.

△독일은 ‘노동의 질’을 고민하고 있다

-독일은 슈뢰더 총리 시절 전 산업분야에서 자동화를 도입하는 등 개혁을 꾀하면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슈뢰더 총리는 사민당 출신이지만 주요 지지세력인 임금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요구에 반하는 개혁들을 추진했다. 그것이 인더스트리 4.0의 기틀이 됐다. 독일은 기술변화의 큰 흐름을 빨리 받아들이고 대신 사회적 합의 수준을 조절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독일의 노사문화는 인간중심적인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논의가 필요하지 않나.

-4차산업혁명은 한마디로 1차 산업 농업이 고도화되듯 3차 산업 제조업도 고도화 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농민이 제조업자가 되었듯 제조업 인력이 다른 부문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 하나? 이 문제를 논하기에 한국사회는 너무 경직돼 있다.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고 여기에서 파생되는 새로운 서비스가 창출돼야 인력이 움직일 수 있는데, 사회전반이 창업 등 다양한 시도에 대해 매우 경직된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면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을까봐 두려워만 하지, 인공지능을 도구로 삼아 신산업을 창출하려는 시도에는 소극적이라는 말이다. 4차산업혁명 흐름을 타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보려는 움직임이 있어야 이 논의도 가능하다. 노동은 노동대로 일자리를 지키려 하고 자본은 자본대로 노동자를 줄이려고 고집하는 구도에서는 갈등만 점점 커진다.

△미래 세대의 일자리 전망은 어떤가

-플랫폼 경제가 발달하고 개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본다. 기존 고용형태와는 완전히 다르다. 스스로가 직원인지, 자영업자인지 모를 모호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고용안정을 담보할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 제도적 차원에서 서비스 노조를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또 직업 이동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기술이 발달하면 실업자가 늘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기업이 ‘노동유연성’을 ‘해고의 자유’로 인식하면 곤란하다는 말이다. 미래의 ‘노동유연성’은 적절한 업무에 적절한 인력을 이동시키는 ‘인력 재배치’의 개념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치 있는 생산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기계는 인간보다 정확하고 균일하게 생산품을 만든다. 이는 인간이 기계보다 무능하다는 기술전도에 빠지게 될 우려가 있다. 때문에 ‘인간이 만든 것’과 ‘기계가 만든 것’에 대한 가치를 다르게 매기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기계의 효용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인간 노동의 가치도 빛을 발할 때 사회는 다양하고 건강해진다. 인간의 역할, 인간이 하는 일, 인간이 만든 것에 더 큰 가치를 매기고 여기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는 시스템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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