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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98)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⑭

“장사 좀 잘해”

기사입력 : 2017-10-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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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사월은 많은 회사를 갖고 있었다. 직원이 5, 6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회사에서부터 수백명이 되는 큰 회사까지 수십 개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아 윤사월의 소유가 되었다.

“회사를 찾고 싶으면 언제든지 돈을 갖고 찾아와요.”

윤사월은 채무자들에게 항상 같은 말을 했다. 그러나 돈을 가지고 찾으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더 이상 돈을 빌릴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은행은 물론 친인척들에게도 빌릴 수 없어서 그녀를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회사를 팔아야겠네.”

윤사월은 회사를 팔아 이익을 취했다. 시장의 식당들도 그녀에게 빚이 많았다.

“이번에 빚을 못 갚으면 식당을 넘겨드리겠습니다.”

식당 주인들은 식당 임대 서류부터 자동차 서류까지 가지고 와서 돈을 빌려달라고 애원했다. 심지어 살고 있는 집 전세 서류까지 가지고 와서 매달렸다.

“장사 좀 잘해.”

윤사월은 돈을 빌려주면서 당부했다. 그러나 식당이 하루아침에 잘될 까닭이 없었다. 식당 주인들은 야반도주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식당도 여러 개가 그녀의 소유가 되었다. 윤사월은 시장에서 부지런한 사람들을 찾아서 장사를 하게 했다. 그들이 장사를 잘하면 이익을 남기고 팔았다.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회사를 인수하여 되팔거나 돈을 더 투자하여 흑자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금반지라고 불렀다.

“금반지 손에만 들어가면 장사가 잘돼.”

식당 주인들은 윤사월에게 돈이 따른다고 말했다.

“윤사월이 인수하니 회사가 저절로 돌아가네.”

기업가들도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윤사월은 이춘식을 극진하게 받들었다. 이춘식은 하루에 한 번씩 동네를 한 바뀌 돌았다. 그러다가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도 하고 술집에서 술을 마시기도 했다.

“우리 영감님께 제일 좋은 걸 드려.”

윤사월이 식당과 술집에 당부했다. 식당은 이춘식에 가장 좋은 음식을 내놓았다.

“세상에 저렇게 팔자 좋은 영감님도 없을 거야. 항상 새 한복을 입혀드리지. 부인이 돈 잘 벌지.”

사람들이 모두 이춘식을 부러워했다.

창신동에 아가씨를 고용하여 장사를 하는 색시집이 있었다.

“우리 영감님이 오시면 제일 좋은 술과 제일 좋은 안주를 드려.”

윤사월이 술집 주인에게 말했다.

“영감님이 아가씨들하고 놀면 어떻게 해요?”

술집 여주인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괜찮아. 우리 영감님도 좀 놀아야지. 젊을 때 고생 많이 했어.”

“그럼 아가씨들하고….”

술집 여주인이 아가씨들을 눈으로 가리키면서 말끝을 흐렸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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