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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도시정비사업에서 도시재생사업으로의 변화·과제- 이진백(제일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

기사입력 : 2017-10-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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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창원시의 도시정비사업 중 재개발사업은 ‘뜨거운 감자’였다. 양질의 주택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재개발 사업은 실상 해당 지역에 잦은 갈등과 분쟁의 불씨가 돼 왔다.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비용이 소요되며 시행사, 토지 소유자, 세입자, 정비업체와 공공기관 등 다양한 이해 주체들이 얽히는 재개발 사업의 특성상 각종 비리는 물론 지역 갈등이 빈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재개발 사업의 결과 공급되는 주택의 형태가 아파트 일변도이다 보니 추가분담금을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들의 경우 재정착하지 못하고 주거 불안을 겪게 되기도 한다.

이 같은 이유로 재개발 구역에서는 민원과 집회, 소송 같은 반목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고 최근의 경기 침체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 등으로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마저 사라지자 기존 진행되어 오던 재개발 사업이 무산되거나 중단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도심의 낙후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재개발사업을 주로 해왔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라 지역 주민들이 직접 조합을 구성해 주거환경을 개선해 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사업성이 부족한 지방 도시의 경우 물리적 환경을 바꾸는 도시정비사업으로는 한계에 왔다. 철거뿐만 아니라 수복이나 보전 등의 방식을 활용해 물리적·사회적·경제적·환경적 측면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도시의 특정 지역을 다시 개발하는 방식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도시재생을 ‘경제적·사회적·물리적으로 쇠퇴한 지역을 개별 프로젝트를 통해 문제 해결식으로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발전을 위한 전략적 계획 하에서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십을 전제로 해당 지역의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상태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통합적인 접근’으로 정의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도 이런 변화에 부응해 2013년 6월 도시의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 활력 회복을 위해 공공의 역할과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도시의 자생적 성장기반을 확충하고 도시의 경쟁력을 제고하며 지역 공동체의 회복 등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고자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마산지역의 창동권역이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선정돼 도시재생시범사업을 통해 상당한 파급효과를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도시재생사업이 고사 위기에 빠진 재개발을 대체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가에는 다소 의문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나 전환 계기는 충분히 마련해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시정비사업에서 도시재생사업으로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재개발사업’이든 ‘도시재생사업’이든 사업의 주체는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이 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의 재개발사업이 한계에 봉착한 이유는 주민이 배제된 채 법이 보장해 주었거나 혹은 그럴 듯한 이름의 각종 거간꾼, 투기꾼들에 의해 사업이 운영돼 왔기 때문이다. 주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 ‘공무원·정치인·소위 전문가’들에 의해 탁상에서 만들어진 정책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현재 마산지역의 경우 ‘재개발사업’의 비중이 높고, 구 창원지역의 경우 ‘재건축사업’의 비중이 높다. 경기 침체의 현 상황 속에서 창원시는 출구전략으로 사업성이 낮아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재개발 사업구역을 잇따라 해제하고 있다. 그렇지 않은 구 창원지역과의 주거환경 격차가 더욱 벌어질 우려가 있다. 지역간 주거환경 격차 및 불균형 문제 해결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진백 (제일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창신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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