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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치후원금의 힘- 박훈영(경남도선관위 주무관)

기사입력 : 2017-11-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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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 텍사스주의 한 교회에서 무장 괴한이 총기를 난사해 26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600여명의 사상자를 낸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 한달여 만이다. 그런데 미국은 왜 이렇게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데도 총기를 규제하지 않는 것일까?

자위를 위한 무장권리가 미국 수정헌법 제2조에 규정된 기본권인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정치가 정치후원금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0월 4일자 뉴스에서 미국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총기규제에 난색을 보이는 것은 NRA(National Rifle Association), 즉 미국총기협회의 전폭적인 정치후원금과 맞물려 있다며 연방의원들에 대한 세부적인 후원금 내역을 보도했다. 역시나 공화당이 NRA의 후원금을 독식했다는 집계 결과가 나왔다. 상원 52석을 확보한 공화당이 상위 51위까지를 차지했고, 하원에서도 상위 100위권 중 99명이 공화당 소속이었다. 많은 미국인들이 총기범죄 차단을 위한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는데도 의회는 물론 백악관도 소극적으로 대처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정치후원금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는 미국의 상황과는 다르다. 우선 제도적으로 기업이나 단체 등이 정치후원금을 내지 못하고 1인당 제공할 수 있는 금액도 제한돼 있다. 이는 미국처럼 한 개인이나 단체가 정치를 장악하는 사례를 막고 정치후원금 제도의 장점만을 취하고자 함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우리나라에서 정치후원금 제도가 시행된 지 꽤 오래 됐지만 유권자에게 뿌리내린 수준은 미미하다. 정치에 대한 불신은 심해지고 있는데다 ‘불법 정치자금’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도 남아 있다.

그럴수록 유권자는 더 많은 정치후원금을 기부해야 한다. 정치후원금의 힘을 빌려 정치인들이 지역과 유권자의 이익을 위해 일하도록 영향력을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정치후원금을 정당에 기부하려면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금’을 낼 수 있고,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후원하려면 ‘후원회’에 기부금을 낼 수 있다. 특히 기탁금의 경우 후원회에 후원금 기부가 금지된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원 등도 기탁이 가능하다는 점을 유의하자. 기탁금과 후원금은 10만원까지 연말정산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다.

정치후원금이 곧 정치적 힘이 되면 정치인들이 유권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한다는 것은 미국에서 이미 확인됐다. 비록 국민 한명 한명이 기부한 정치후원금의 액수는 적지만 그 안에 담긴 깨끗한 정치를 향한 염원은 그 무엇보다 크다는 것을 정치인들이 깨닫도록 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모를 통해 ‘음식의 맛을 살리는 소금처럼 정치후원금은 대한민국 정치의 희망이 됩니다’를 홍보 슬로건으로 선정했다. 정치활동에 꼭 필요한 소금을 우리 손으로 너무 짜지도, 너무 싱겁지도 않게 제대로 뿌려보자.

박훈영 (경남도선관위 주무관)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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