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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바티칸시국

관광객들 붐비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

로마 여행 중 당일 패키지로 방문

기사입력 : 2017-11-22 22:00:00

이탈리아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도시로는 로마, 피렌체, 베니스 등이 있다. 이 중 도시가 아닌 국가가 하나 있는데, 바로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이다. 바티칸은 로마 여행 중 당일 패키지로 다녀올 수 있다.

나 또한 로마 여행 중 바티칸을 갔었다. 유럽에서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여행사를 이용해 하루 3~4만원 가격에 당일 패키지를 이용했다.

나는 유럽 배낭여행 중 유일하게 바티칸에서 현지투어를 이용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인 바티칸은 웬만한 도시보다 작고 언제나 관광객들로 붐빈다.

바티칸 입장권은 16유로, 무선 수신기 비용이 3유로 정도다. 이 무선 수신기를 통해 가이드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시스티나 대성당과 베드로 대성당의 작품들이다.

시스티나 대성당은 궁전의 맨 뒤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서 그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를 볼 수 있다. 천장화를 구경하는 곳에는 벤치들이 나란히 놓여 있다. 그곳에 앉아 고개를 위로 치켜세워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목과 허리가 아팠다. 실제로 미켈란젤로는 이 천장화를 완성시킨 후 허리가 굽어 펴지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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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모양을 하고 있는 베드로 대성당과 광장. 천국으로 가는 열쇠를 상징한다.



천장화 ‘천지창조’는 구약성경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빛과 어둠의 분리’, ‘해와 달 창조’, ‘물과 땅의 분리’, ‘아담과 이브 창조’, ‘낙원에서의 추방’, ‘노아 방주’ 등이 순서대로 그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아담과 하나님이 손가락을 맞대고 있는 ‘아담의 창조’ 그림이 유명하다.

미켈란젤로의 또 다른 명작인 ‘최후의 심판’ 또한 이 곳에 있다. 천장화 제작 후 22년 만의 작품이라고 한다. 이 또한 실제로 보니 장엄했다. 660㎡(200평)의 방 벽에 391명의 인물을 그려놓은 거대한 작품으로 그림 속엔 천국과 지옥이 나눠져 있다.

지금의 우리에게 미켈란젤로는 유명한 화가로 기억되지만 당시 많은 성직자들이 미켈란젤로를 이단으로 몰고 ‘최후의 심판’을 파괴하려고 했다. 왜 후대에 명성을 얻는 예술가들이 많을까. 당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야만 했던 미켈란젤로를 추모하고 싶다.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건 베드로 대성당과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이다. 베드로 대성당 마당 앞에는 성 베드로가 묻혀있다. 성당은 십자가 모양으로 베드로 광장과 합해지면 열쇠 모양이 된다. 이는 예수가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부여했다는 의미로 상징된다. 대성당 입구에는 내가 바티칸을 간 이유, 꼭 보고 싶었던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이 반겨주고 있다.

나는 언젠가 ‘미켈란젤로 피에타 상을 실제로 보면 눈물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유명한 소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영향일 수도 있고 미술책에서 보았던 그 덤덤한 마리아의 표정에 사로잡힌 것일 수도 있겠다. 나는 실제로 보기 전 그 앞에서 주춤했다. 그리고 30분가량 피에타 앞에 서서 작품을 보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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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유리창으로 막혀 있고 꽤나 먼 거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선명히 보이는 예수님의 축 처진 팔과 발이 눈에 들어왔다. ‘사명’과 ‘희생’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예수, 성모 마리아가 함께 있는 작품이었다.

‘희생’은 언제나 무겁다. 세상 어떤 어머니가 자식 앞에서 자신을 먼저 생각할 수 있을까. 불공평한 줄 알면서도 자식을 위해 한없는 희생을 하는 사람이 바로 어머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죄를 짊어지고 죽음으로 희생한 예수님. 성경을 읽어보면 처음에는 예수님도 자신의 아버지를 원망한다. 하지만 결국 핍박을 받고 십자가에 못 박힌다.

하지만 피에타 상을 보면 그 고통 뒤에 저리도 편한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싶다.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사명감’. 그 무거운 짐을 다 내려놓고 편히 쉴 수 있었던 곳은 어머니의 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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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처진 발과 손, 평온한 얼굴 표현이 놀라운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



엄청난 감동이 밀려왔다. 손으로 채 닦지 못한 눈물이 흘러내렸는데 누군가 알아차릴까봐 부끄러웠다.

미켈란젤로는 처진 손과 발, 마리아 무릎에 놓인 얼굴에서 보이는 편한 표정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 또한 ‘어머니가 필요했다’고 말이다.

그 외에도 바티칸 미술관에서 유명한 회화 작품과 조각 작품을 볼 수 있다. 우선 ‘피나코데카 회화 미술관’에서 카라바조의 ‘예수의 매장’ 등 유명한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제단화도 볼 수 있었는데 성 안토니오 비비아니의 ‘성 안토니 대수도원장과 성인들’처럼 회화가 아닌 조각에 색을 칠한 작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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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완벽한 신체 비율을 자랑하는 아폴론 상.



멜로초 다 포를리의 ‘즐거운 천사들’은 프레스코화로 벽에 그린 회화를 떼 와서 그림 작품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천사들이 비올라 등을 연주하는데 그중 ‘북치는 소녀’를 볼 수 있다.

라파엘로의 방에서는 ‘아테네 학당’ 작품을 볼 수 있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유명 철학가와 예술가가 등장한다. 라파엘로 본인을 그려 넣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번 피렌체 편에서 ‘메디치 가문’ 이야기를 했었는데 바티칸의 유명 작품을 만든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또한 메디치 가문이다. 작은 도시의 예술에 대한 노력이 이처럼 세계적인 작품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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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 대성당의 야경.



조각상으로는 ‘라오콘 군상’, ‘아폴론’, ‘토르소’ 등을 볼 수 있었다. ‘아폴론’은 가장 완벽한 비율을 보여주는 작품이며 ‘라오콘’은 근육을 세밀하게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토르소’는 1세기경 작품으로 작가 미상의 작품이지만 그 시대 사람이 만들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대단한 작품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지만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미술책에서나 보았던 유명한 작품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특히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에서 흘러내리던 옷과 손, 발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여행 TIP

① 베드로 대성당 꼭대기에서 보는 바티칸 전경의 낮과 밤 풍경을 비교해 보자.

② 바티칸은 전문 지식을 공부하고 가거나 투어를 통해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보는 것이 좋다.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한 작품을 한 곳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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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
△경상대 국문학과 졸업
△커뮤니티 ‘여행을 닮은 인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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