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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한식 진흥을 위한 과제- 김종덕(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회장)

기사입력 : 2017-11-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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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식산업 발전을 위한 콜로키움에 초청돼 한식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한식 관계자들 앞에서 “우리나라에 한식은 없다”라는 놀랄 만한 발언을 했다. 한식이 다른 나라 음식에 비해 기능성, 특히 건강 그리고 음식의 본성에 부합되는 완벽한 음식이고, 또 우리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지만, 현재 우리가 먹는 한식은 한식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요지였다. 한식이 존재하는데 왜 우리나라에 한식이 없다고 했는가? 현재 우리가 먹고 즐기는 한식의 식재료 대부분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은 수입산이고, 우리가 먹는 음식이 무늬만 한식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한식이 우리의 식생활에서 그 비중이 줄어들고, 한식이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밝히고 있는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50%가 넘는다. 하지만 이 수치는 식량에 사료를 제외하고 계산한 수치다. 제대로 된 식량자급률은 사료를 포함해야 하고, 사료를 포함했을 때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3%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가장 낮은 식량자급률 수준이다. 이러한 수치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의 밥상, 우리의 한식은 외국에서 수입한 농산물로 만들어지고, 차려지고 있다.

한식의 대표적 식품인 김치의 경우 1년에 20만t가량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스스로 김치종주국의 자리를 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식간장이라 할 수 있는 메주로 만든 발효간장의 경우 2015년 기준 시장 점유율이 2.8%에 불과하다. 한식의 맛을 내는 간장의 경우 수입콩, 유전자 조작 콩으로 만든 양조간장, 혼합간장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 한식이 우리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주요한 부분임에도 실제 식생활에서 한식이 외면당하고 있고, 젊은이들의 경우 정체불명의 퓨전 음식을 선호하고 있다.

한식이 한식이 되려면, 그 식재료에 관심을 기울이고, 식재료가 줄어들고 사라지는 것을 우려하고, 그것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관심이나 고민이 없다. 한식 발전을 이야기하면서 그 전제조건으로 다양한 한식 식재료를 공급하는 우리 농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우리 농업과 연계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한식 논의에서 농업이 빠져 있다. 한식과 관련해 또 문제가 되는 것은 가정에서, 심지어는 식당에서도 조리를 적게 하거나 조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편리함 때문에, 또 비용을 줄이고자 가공식품을 먹거나 반조리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가공식품, 반조리한 음식의 경우 식재료의 대부분은 수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식을 발전시키고, 한식을 진흥하려면 우선 한식에 대해 산업적 접근보다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 한식의 우수성과 한식의 가치를 인식시키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외국인들은 종종 한식의 우수성을 알고 이를 배우고자 하는데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식의 가치를 외면하고 있다. 한식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이 낮다. 이를 개선하지 않고 한식이 발전되고, 진흥될 수 없다.

다음으로 한식을 진흥하려면, 한식을 우리 농업과 연계해야 한다. 다양한 한식 식재료가 지속적으로 공급되기 위해 지역농업이 활성화되고, 지역을 반영한 지역특산물이 자리해야 한다.

셋째, 한식 조리교육을 늘리고, 조리를 생활화하도록 해야 한다. 한식 조리는 한식에 대해 관심과 자부심을 갖게 하고, 한식의 가치를 인식하고 한식의 맛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다. 한식을 조리해야 우리 농산물 수요가 늘어난다. 한식진흥으로 이름만 한식, 무늬만 한식이 명실상부한 한식이 될 때 한식은 우리나라 사람은 물론이고 세계인들로부터 명품음식, 오래된 미래음식으로 사랑받을 수 있다.

김종덕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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