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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여성의 정치 참여 세상을 바꾸는 힘 (2)

여성의원의 역할과 경력단절 문제점

재선 성공 10명 중 2명뿐… 경력 쌓일수록 더 높아지는 장벽

기사입력 : 2017-11-27 22:00:00


여성의 정치 대표성과 정치 참여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여성공천할당제 등 관련법 개정이 이뤄졌고, 수적 확대에 기여했다. 하지만 지방의회에 진출한 여성의원이 양성평등과 여성권익 신장을 위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적 확대 만이 아니라 경력 보장을 위한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

지난 20년간 지방의회 내 여성의원 비율 변화를 보면 1995년 제1회 동시지방선거 때 1.6%에서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21.6%로 크게 올랐다. 하지만 여성의원 가운데 재선에 성공한 것은 10명 중 2명 정도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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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원의 경력 단절= 중앙선관위 통계시스템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자료에 따르면 지방의회 여성당선자를 선수로 비교하면 광역의원은 초선이 82.3%, 기초의원은 초선이 78.1%를 차지했다. 광역의회 여성의원 중 재선은 16.2%, 기초의회 여성의원 중 재선은 20.3%였고 3선 이상인 여성의원은 광역의회에서 0.9%, 기초의회에서 1.6%에 불과했다.

경남도의회의 경우 역대 여성의원 중 현재 3선 이상 경력을 가진 사람은 없고 비례대표, 초선이 많다. 현재 10대 도의회 여성의원 8명 중 4명은 비례대표고 당선자 4명 가운데 3명이 재선, 1명은 초선이다. 역대 의원도 마찬가지다. 9대 때 여성의원 10명 중 5명이 비례였고 초선 4명, 재선은 1명이었다. 8대 때는 여성의원 6명 중 4명이 비례, 초선 1명, 재선 1명이었다.

보통 기초의회 당선을 통해 정치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시·군의회에서 초선비율이 높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이지만, 여성정치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초의회에서 선수를 쌓은 여성의원이 광역의회나 국회로 얼마나 많이 진출하는가도 중요한 부분인데 경남도의회의 경우 기초의회에서 광역의회로 진출한 여성의원은 2명이었다.

창원시의회의 경우 10명 중 지역구에서 당선된 5명의 여성의원 중 3선 2명, 재선 2명, 초선 1명이다. 2010년 제6회 지방선거 후 1대 창원시의회에서는 지역구 당선자 5명 중 재선 2명, 초선 3명이었다. 제6회 지방선거에서 광역의회 지역구 여성 출마자 중 광역·기초의회 경력이 있는 사람은 26%가량이었다. 비례나 초선이었던 여성의원들은 다음 선거에서 지역구에 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출마했다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2010년 기초의원선거 지역구에 당선됐다 2014년 선거에서 출마하지 못한 A씨는 “정당공천제와 여성의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성의원의 경력지속을 위한 방안= 여성의원이 정치인으로서 경력을 지속하는 것은 개인의 성취도 중요하지만 의회 운영상에 남녀의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고, 다양성을 반영한 정책 결정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성에 적합한 직업이라는 선입견과 강제성이 없는 보여주기식 여성할당제 등이 여성의원 경력 지속의 장벽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소가 ‘지방의회 여성의원 경력 지속 및 확충방안 연구’를 통해 2010년 지방선거에 당선된 여성의원 739명을 대상으로 경력지속성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재선 이상 정치경력을 지속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65.3%가 의정활동과 지역활동 실적을 꼽았고, 12%는 전문성과 사회활동을, 10.7%는 지역위원장의 지지, 9.3%는 소속정당에 대한 공헌이라고 답했다. 지역구 의원은 의정활동 실적을 경력지속의 주요 요인으로 생각하는 반면 비례대표 의원은 전문성과 사회활동, 소속정당에 대한 기여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재출마를 통한 경력지속 욕구를 묻는 질문에서는 78.6%가 출마의사를 표시해 지방의회 여성의원들의 정치인으로서 경력지속 욕구가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들은 주로 정치적 신념과 가치실현을 위해,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경력지속을 희망했다.

하지만 눈여겨볼 점은 경력지속 욕구가 있는 여성의원에 비해 재선에 성공한 여성의원의 비율은 19.8%에 불과하다는 현실이다.

여성의원들이 생각하는 경력단절의 원인은 지역구 여성공천비율 저조가 27.1%로 가장 많았고 여성정치인에 대한 편견 26.2%, 열악한 자금력과 조직기반 25%, 지역구 관리의 어려움 13.7% 순이었다.

경력이 단절될 경우 여성정치참여 확대 위축, 의정활동 연속성 약화, 여성진화정책의 지속성 약화, 정치권 내 여성지도력 구축 약화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여성의원들은 우려했다.

◆여성의원의 역할과 여성특별위원회= 여성의원 수가 증가한 만큼 여성 관련 입법·조례 제정·정책 수립에 여성의원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제16-19대 여성 국회의원 의정활동 관련 연구보고서’를 보면 16대 국회에서 여성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은 113건으로 이 중 55건이 법률에 반영됐다. 17대 국회에서는 1124건을 발의해 419건이 처리됐으며 18대에서는 1813건의 법률안을 발의해 599건이, 19대에서는 2829건을 발의해 966건이 법률에 반영됐다.

남성의원의 법률 발의 건수와 반영률에 비하면 수적 열세가 있지만 꾸준히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데 전문가들은 의미를 뒀다. 특히 여성의원이 발의한 여성 관련 법률안(성차별 개선 및 양성평등 증진·성 및 가족 대상 폭력예방 및 피해자 보호·모성보호 및 가족양육돌봄지원·저출산 및 고령화사회 대비 등) 건수는 16대 40건에서 17대 282건, 18대 414건, 19대 635건으로 여성의원 수 증가와 비례하고 있다.

또한 16~19대에서 여성 정책 관련 질의를 한 국회의원은 703명인데 이 중 여성의원은 141명이었다. 대수별로 보면 여성 정책 관련 질의를 한 여성의원 비율은 16대 11.3%에서 19대 24.5%로 다소 늘었으며 여성 정책 관련 질의 참여율을 남녀별로 따지면 남성의원 중 54.7%, 여성의원 중 87%가 여성 정책 관련 질의에 참여해 여성의 적극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민선 이후 각 지지체는 자체적으로 여성 정책을 추진하고 관련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원들은 여성 관련 조례를 제·개정하거나 관련 기금 및 예산의 확보, 여성정책 수립 및 실행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 정책만을 다루는 상임위원회를 가진 지방의회는 없다. 도내에서는 창원시의회에 경제여성복지위원회가 설치돼 있을 뿐 경남도의회를 비롯한 17개 시·군의회에는 ‘여성’이란 단어가 들어간 상임위원회가 없다. 그만큼 여성정책이 중요의제로 다뤄질 비율이 낮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몇몇 지방의회에서는 여성특별위원회를 운영하기도 한다. 현재 여성특위를 운영 중인 곳은 서울특별시의회 한 곳에 불과하지만 경기도의회·부산시의회·고양시의회 등 일부 지방의회가 여성특위를 운영한 사례가 있다.

김희진 기자 likesky7@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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