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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사람과 개의 관계에 대한 단상- 김민규(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기사입력 : 2017-12-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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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동물들이 오랜 기간 동안 인간과 함께 생활해 왔지만 스스로 사람이 좋아서 같이 생활한 동물은 개가 유일하다. 개는 인간을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하기도 하고, 가장 좋은 친구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끔씩은 인간이 개들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기도 했다. 고고학자들은 호모사피엔스가 살던 아주 오랜 옛날부터 개들과 사람의 유대관계가 존재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중동지역에서 발견된 약 1만 2000년 전의 강아지의 화석은 주인과 함께 매장돼 있었으며 주인의 손길은 애정을 담아 쓰다듬는 모습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개에 관련된 전설이나 설화가 많이 존재한다. 일례로 임실군 오수면의 의견은 삼국유사에까지 기록될 정도로 유명하다. 김개인이라는 사람이 기르던 개는 그가 들판에서 잠든 사이 주위에 불이나자 자신의 몸에 물을 묻혀 불을 끄고 자신은 희생됐던 이야기로 옛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실릴 정도였다. 오수지역에 가면 이를 기리는 의견비와 의견공원이 있어 우리 조상들도 예부터 개와 관계가 돈독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삽살개와 진돗개도 사람들의 보살핌으로 우리의 조상들과 삶을 같이해온 자랑스러운 토종견으로 자리하고 있다.

먼 옛날부터 개들은 사냥꾼으로, 전쟁터의 용사들을 돕는 군견으로, 그리고 집을 지키는 관리인으로서의 역할과 여행시 좋은 동반자로 인류와 동고동락했다.

그럼 인간과 개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존재해 왔을까. 또 그들의 다양한 품종은 어떻게 발전됐는가. 이에 대한 해답은 늑대의 연구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가축화 초기의 개들의 뼈와 이빨은 소형 늑대의 것과 유사했고 개와 늑대의 행동도 매우 유사한 점이 많이 있다. 동물 행동학자들은 개에서 나타나는 90가지 행동 패턴 중 늑대에게서 찾아 볼 수 없는 행동은 19가지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며, 아마 늑대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패턴으로 기록되지 못한 것이라 여겨진다. 늑대는 포유동물 중 가장 사회적인 동물로 사냥을 할 때에는 모두가 동참하고 서로가 평생 동안 동반자가 돼주며 서로의 새끼를 보살피고 돌보며 놀아주는 행동은 흡사 사람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어느 고고학자는 그의 저서 ‘인간의 가장 최고 친구에 대한 새로운 고찰’에서 개의 봉사 정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개들은 우리 인간이 사랑스러워서 우리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조상인 늑대들이 서로 간에 헌신할 수 있었던 그 힘을 그들, 즉 개에게 물려주었기 때문이다.”

신석기시대부터 시작된 민족이동은 개들의 품종 다변화에 크게 영향을 끼친 시점이기도 하다. 유목민들과 지역적 특색, 민족성에 의해 다양한 형태의 개들을 육종하기 시작했다. 개들의 주인은 주위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이 시대 이후에 광범위하고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종들이 생겨났는데, 여기에 인간의 이기적인 사고가 접목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품종이 생기게 된 것이다. 품종의 정의는 ‘같은 종류로부터 생긴 동물의 혈통’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개성에 따라 다른 품종과의 교잡이 이루어졌고, 돌연변이를 이용해 새로운 품종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리해 개들은 사람의 족보보다 더 복잡하고 뒤섞인 혈통을 가지고 있다.

최근의 반려동물 입양형태도 유행과 개인적 성향에 따라 많은 변화를 보인다. 나만의 품종을 갖고 싶은 열망과 개성이 뛰어난 품종을 선호하는 경향이 매우 강해졌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브리더들도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려 끊임없이 노력한다. 하지만 이것은 자칫 고유 품성과 외형의 불일치로 인해 개들에게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반려동물과 사람(반려인)의 관계는 창조주와 인간과의 관계가 아닌 동반자로서의 관계임을 우리 스스로가 잘 인식해야 하며, 지금까지 우리를 위해 희생과 친구가 돼 준 개들과 오랫동안 공존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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