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거부의 길] (1228)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44

“나는 그 사람들을 존경했어요”

기사입력 : 2017-12-04 07:00:00
메인이미지


임진규가 천천히 와인을 마셨다.

“이춘식 선생도 윤사월 회장을 존중해 주었고 윤사월 회장도 깍듯이 이춘식 선생을 받들었었어요. 평생을 그렇게 존중하면서 살 수 있겠어요? 대부분의 부부들이 사소한 일로 싸워요. 부인은 남편을 비난하고 남편은 부인을 무시하는 일이 많지요.”

서경숙은 와인을 마시면서 임진규를 쳐다보았다. 그가 이춘식과 윤사월을 옹호하고 있어서 의아했다.

“나는 그 사람들을 존경했어요.”

“윤사월 회장은 상당히 독선적이고… 고리대금을 했어요.”

“고리대금업자는 많습니다. 그들이 고리대금을 했어도 나는 미워하지 않습니다.”

“그럼 이춘식 선생의 재산 때문에 나를 부른 거예요?”

“그렇습니다.”

“설마 저에게 재산을 상속시킨다는 건 아니겠죠?”

서경숙은 웃으면서 물었다. 임진규는 변호사니 법적인 일을 처리할 것이다.

“아닙니다.”

“좋다 말았네.”

서경숙의 말에 임진규도 웃음을 터트렸다.

“이춘식 선생의 재산은 서민은행을 창립하게 됩니다.”

“서민은행이요?”

“서민들에게 은행보다 더 싸게 대출을 해주는 은행이죠.”

서경숙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한국에는 이미 서민은행이 정부 주도로 기업과 금융권의 지원으로 창립되었다. 그런데 또다시 서민은행을 창립하는 일이 옳은지 걱정이 되었다.

“이미 서민은행이 있지 않아요?”

“서민은행이 많을수록 좋지 않습니까?”

“서민은행은 이자가 싸기 때문에 망할 확률이 많아요.”

“지금 금융권 연봉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요. 제가 이 일과 무슨 상관이에요?”

“서경숙씨가 서민은행의 이사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서경숙은 깜짝 놀라서 와인 잔을 떨어트릴 뻔했다.

“제가 왜요?”

“이춘식 선생이 지명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춘식 선생을 모르는데요.”

“누가 이춘식 선생에게 추천을 했습니다.”

“그래요? 누가요?”

“아무튼 내일 발인이니 꼭 오십시오.”

“진영숙씨는 어떻게 된 거죠?”

“돈 귀신이요?”

“돈 귀신?”

임진규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