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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멸종위기종을 지켜라 (상) 실태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법정 보호종

환경평가 누락된 보호종 서식지 훼손 잇따라

기사입력 : 2017-12-06 22:00:00

자연을 구성하는 모든 종들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그 균형을 깨는 일은 장기적으로 어느 구성원에게도 이득이 될 수 없다. 멸종위기종, 보호대상해양생물 등 희귀생물을 법정보호종으로 지정하고 관리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 보호종들은 무분별하게 벌어지고 있는 개발로 서식지를 잃어가고 있다. 본지는 이러한 실태와 원인·대책을 2회로 나눠 알아본다.


지난 4일부터 창원 구산해양관광단지 조성 예정지에 대한 생태조사가 다시 시작됐다. 지난 2014년 협의를 마친 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보고서에는 멸종위기종 2급이자 보호대상해양생물인 기수갈고둥과 갯게가 기재되지 않았는데, 올해 현장조사를 진행한 환경단체가 두 보호종을 발견하면서 재조사가 진행된 것이다.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에 서식하는 기수갈고둥은 도심과 바다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생물종으로, 이대로 사업이 진행됐다면 서식지 훼손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환경단체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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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인 갯게와 기수갈고둥의 천연 서식지로 알려진 창원시 구산면 마전교 일대에 마전교 재가설 공사가 중단돼 있다./경남신문DB/



앞서 지난 8월에는 거제 산양지구 하천재해예방사업지에 멸종위기종 1급 남방동사리가 서식한다는 것을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뒤늦게 파악해 보전방안을 세우기로 했다. 남방동사리는 지난 2012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전국에서 유일하게 산양천~구산천에서만 서식하는 것이 확인된 생물종이지만, 지난 2014년 사업자인 경남도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는 서식 사실이 누락돼 있었다. 또 환경영향평가 협의기관인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당시 누락 사항을 파악하지 못하고 협의해줘 자칫 국내 유일한 남방동사리 서식지가 훼손될 뻔했다.

실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멸종위기종이 포함되지 않은 상태에서 협의가 끝나고, 착공을 했다가 멸종위기종이 폐사한 경우도 있다. 올해 4월 사업자인 경남도는 양산천 수해복구사업의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평가보고서에 멸종위기종 1급 얼룩새코미꾸리가 포함되지 않은 상태에서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무리했다. 이후 지난 10월 말 양산시 상북면의 양산천 지류에서 전국에서 낙동강 수계에서만 볼 수 있는 얼룩새코미꾸리 사체가 무더기로 발견돼 관계기관들이 조사에 나섰다.

지난해 거제시 사등면에서는 농어촌 관광단지 사업을 진행하던 중 멸종위기종 2급 자주땅귀개 서식지가 있다는 제보로 공사가 일시중지된 바 있다. 앞서 2013년과 2012년 진행된 다른 두 사업에서도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끝난 이후 멸종위기종인 수달이 발견되기도 했다.

환경영향평가를 받으면 그나마 사전에 법정보호종 서식이 파악되고 보전방안도 수립되지만, 그렇지 않은 소규모 사업은 무방비로 진행되기 때문에 큰 문제라고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말한다. 지난 10월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의 마전교에서는 경남도도로관리사업소가 노후화된 교량을 재가설하기 위해 굴삭기를 투입해 공사를 진행하다 기수갈고둥과 갯게 서식지를 훼손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사업은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는 소규모 사업이었다.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보호종이 누락돼 뒤늦게 추가조사하고 보전방안을 세우는 것이 반복된다. 문제제기가 없어서 그대로 진행된 사업도 많을 것으로 본다”며 “보호종 관련 정보가 전반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해당 서식지에 시민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등 오염을 유발할 수도 있고, 마전교는 드러난 사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아무도 모르게 서식지가 훼손됐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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