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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여성의 정치 참여 세상을 바꾸는 힘 (5)

여성 정치 진입 장벽 낮추려면?

‘여성할당제 의무화’로 끌어주고 ‘정당 자발적 참여’로 밀어줘야

기사입력 : 2017-12-06 22:00:00

내년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지방 여성 및 시민사회단체 등은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과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 법·제도 개선과 각 정당·지자체의 실효성 있는 지원, 여성들의 자발적인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성계와 정치전문가들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성 당선자의 비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정당의 여성할당제 적극 실천 △여성 공천 확대를 위한 관련법 개정 △비례대표의 여성 비중을 높이기 위한 선거제도 개선 △여성추천보조금 예산 확보와 지원 △여성정치인 발굴 및 양성, 경쟁력 강화 지원 등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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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5일 서울에서 열린 ‘여성의 지방정치 참여현황과 과제’ 토론회./김희진 기자/


◆법률·제도 개선= 여성의 정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여성할당제가 우리나라 법에 반영된 것은 2000년부터다. 정당법에 국회·광역의회 비례대표 30%를 여성 추천토록 의무화됐고, 2002년 광역의회 비례대표 50%를 여성 의무추천과 지역구 30% 여성추천 권고가 명시됐다. 2004년 국회 비례대표 여성 추천율이 50%로 확대됐고 지역구에 30%를 여성할당하는 것이 권고됐다. 2005년 기초의회 비례대표 50% 여성 의무추천과 국회·지방의회 지역구 30%를 여성할당토록 권고됐으며 기초의회 중선거구가 도입됐다. 2010년 지방선거에 국회의원 지역구마다 1명 이상의 여성을 추천토록 규정했다.

기초·광역의회 비례대표 선거에 여성 50%와 교호순번은 의무화돼 있지만 국회의원선거에서는 강제사항이 아니다. 국회·지방의회 지역구 선거에서 30% 여성할당은 권고사항일 뿐이다. 할당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위반할 경우 등록무효나 선거보조금 삭감, 후보자 등록 취소 등 강제이행 조치가 필요하며 할당제 의무화가 정체된 여성의원 수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남녀동반선출제, 남녀동수공천제, 남녀동반경선제 등 기초의회에서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다양한 제도 도입도 모색될 필요가 있다.

한편 여성후보추천보조금을 당초 입법 취지에 맞게 여성 후보를 많이 공천한 정당에 더 많은 지원금이 배분되도록 개정해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밖에도 여성정치발전기금 사용을 제도화하고, 정당 차원에서 의회 내 상임위원장과 간사 등에 여성의원이 선임되도록 지원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규영 서울특별시의회 부의장(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지방의원협의회 공동대표)은 “여성의 정치 대표성 확대는 사회의 성평등 실현으로 이어지는 첫 번째 관문이지만 현재 제도만으로는 여성 정치인이 대표성을 가지고 경력을 개발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면서 “우리 사회의 성평등과 다양성 확보를 위해 여성 정치인의 양적·질적인 성장이 꼭 필요한 시점이며 이를 위해 법·제도 개선과 정당의 지원, 여성 정치인 개인의 노력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당의 자발적 참여= 스웨덴의 경우 정당이 자발적으로 여성할당제를 적극 운영하면서 의회 내 양성평등을 이뤘다. 핀란드도 양성평등법이 선거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각 정당들이 남녀균형을 맞춰 공천하고 있다.

국내 정당 중 당헌·당규에 양성평등 실현과 관련된 조항을 두고 있는 곳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민중당이고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민중당 당헌·당규에는 여성 할당, 여성 가산점 부여 등의 조항이 있지만 자유한국당에는 없다.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확대를 위해 각 정당의 역할이 중요하며 정당이 여성 인재 발굴과 양성, 역량 강화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정당의 공천심사위원회나 관리위원회 등에 여성비율을 50%로 확대·의무화하고 여성후보에 대한 가산점제를 20~30%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당 우세지역에 여성후보를 전략공천하는 것과 복수공천할 경우 여성후보에 ‘가’번을 배정하도록 의무화하고, 비례대표 여성의원을 지역구에 공천토록 해 여성의원의 경력단절을 막는 것도 고려돼야 할 점이다.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 전 대표이자 서울 성북구의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목소영 의원은 “정당이 남성 중심이다 보니 여성이 투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정당 내 여성 조직이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면서 “공천제도가 많이 발전했지만 당선이 어려운 곳에 여성을 공천하고 공천의무할당을 채웠다고 주장하는 것은 제도를 악용하는 것이고, 이 때문에 훌륭한 여성의원들의 경력이 단절되는 상황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적 편견을 줄이기 위해 남녀의원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성인지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여성 정치인의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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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창원서 열린 여성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기자회견./경남신문DB/



◆실효성 있는 지원과 여성의 경쟁력 강화= 여성 정치인이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새로운 인재를 발굴해 여성정치인 수를 확대하는 등 여성정치 세력화를 위한 정책 개발과 제도 개선을 뒷받침하려면 여성 간 정보교류 및 조직화 노력과 정당, 국가, 지자체의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창원을 비롯해 도내에서도 각 정당이 여성정치인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문적인 교육이라 하기에는 부족하고 그마저도 활성화돼 있지 못한 실정이다. 선거를 앞두고 마련되는 여성정치아카데미 등 일회성 프로그램보다는 여성의원이나 정치신인 등을 대상으로 꾸준한 교육이 필요하며 선거 이후에도 당락에 따라 후속 관리와 보완 교육이 필요하다. 실제 여성 후보자 10명 중 8명이 재출마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지속적 교육과 후속 관리 등에 요구가 있음을 나타낸다.

지역 여성단체와 정당 간, 여성정치인 간 네트워크를 통한 인재 육성 프로그램 운영과 여성 후보 발굴 작업 등도 한 방법으로 꼽힌다.

여성정치인 경쟁력 강화와 교류 확대 지원을 하고 있는 유일한 전국 단위 단체인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가 이 같은 활동을 하고 있다. 정당·지역을 초월한 여성정치인 단체은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는 여성의 정치 세력화를 위해 성평등 관련 현안 개발 및 정책화, 지방여성의원들의 상호교류 지원과 세미나·워크숍 등을 개최하고 여성의원 우수 활동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지역구 선출직 여성의원들이 정책에 여성의 목소리를 반영할 필요성에 공감해 만들어졌다.

윤시림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여성정치인이 거의 없던 시절 지역에서 여성정치인이 활동하기 힘든 상황 등에 맞서서 성평등을 실현하고 여성의원 간 조직력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단체였는데 여성의원수 20%대를 확보한 지금은 소속 여성의원들이 스스로 경쟁력 강화에 필요성을 느끼고 정책공부를 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도내 여성단체들은 수도권보다 더 남성 중심적인 지역의 정치 풍토를 개선하고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정당과 지자체의 프로그램 운영과 지원이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분 대신 실제 여성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만들어 누구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민·관이 정보교류,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사무국장은 “국민 절반은 여성이고 여성은 지방에도 살고 있으므로 그들의 요구를 정책과 제도에 반영할 여성정치인의 확보는 중요하다”면서 “도내 정당과 지자체에도 여성정치인과 여성단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순응하는 일부만을 위한 지원이라면 실효성이나 개선 여지가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여성이 정치에 참여할 창구가 있어도 몰라서 참여하기 어렵고, 알아도 접근이 제한적이라면 창구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고 꼬집었다.

경남여성단체연합은 지난 4일 여성 정치 대표성을 확대하기 위해 여성할당제 실천, 여성추천보조금 예산 확보와 지원, 여성후보 발굴과 성평등교육 실시, 선거법 개정 등에 각 정당이 나설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오는 14일에는 2018 지방선거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희진 기자 likesky7@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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