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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32)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48

“누구인지 물어 봐도 돼요”

기사입력 : 2017-12-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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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 긴밀한 이야기를 하고 남자와 여자가 은밀한 이야기를 나눈다. 서경숙은 임진규와 속삭이듯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구인지 물어 봐도 돼요.”

“정보를 다루는 사람인데 이제는 끝났습니다.”

“뇌물을 받았나요?”

“뇌물, 리베이트… 다양하게 돈을 챙겼습니다. 수백억대 재산가가 되었습니다.”

권력자들은 손쉽게 부자가 된다. 월급만으로는 도저히 현재의 부를 누릴 수가 없다.

“어떻게 증거가 나왔어요?”

“증거요? 스스로 자백하게 만들었지요.”

임진규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웃었다.

“어떻게요?”

“미국은 자금 문제가 굉장히 엄격해요. 그걸 따라가면 됩니다.”

“저는 잘 몰라서 그러는데 설명 좀 해주세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게 1억원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세금을 낸 기록이 없어요. 미국은 어떻게 할까요?”

“몰라요.”

“미국은 반드시 자금을 신고하게 되어 있어요. 신고하지 않으면 국세청에서 그 돈을 압류하고 벌금까지 물려요. 벌금을 내지 않거나 신고를 하지 않은 금액이 일정한 액수를 넘으면 구속하구요. 법이 굉장히 엄격해요.”

“자금 출처를 철저하게 단속하는 건가요?”

“세금을 내지 않은 돈은 불법이라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1억이 아니라 100억이 있어도 조사를 받지 않아요. 수백억의 재산을 갖고 있으면서 세금도 내지 않고 의료보험도 내지 않는 사람이 있어요. 외제차를 여러 대씩 갖고 있는 사람도 있잖아요? 미국에서는 어림도 없어요. 차를 산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증명을 하지 않으면 구속까지 돼요. 우리나라는 차를 산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따지지 않잖아요?”

“그럼 입증을 경찰이나 사법 당국이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하라는 거죠?”

“맞아요. 돈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그 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입증해야 돼요. 입증하지 못하는 돈은 모두 불법입니다. 우리나라도 자금출처신고법이 만들어지면 부패는 저절로 방지될 거예요. 미국 마피아 알 카포네가 체포된 것도 세금 포탈 때문이었어요. 최고 사형까지 받을 수 있었는데 자수를 하는 조건으로 8년형이 선고되었죠.”

“조금 어렵기는 하네요.”

“지난번에 어떤 은행장의 집에 외제차가 다섯 대나 있는 게 밝혀졌잖아요? 그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아무도 몰라요. 본인들이 숨기고 있으니까. 미국은 부정한 돈, 신고하지 않은 돈으로 샀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보고 구속하고, 돈을 준 사람을 밝히지 않으면 범인은닉죄까지 선고할 수 있어요.”

서경숙은 임진규의 말을 희미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떻습니까? 서민금융 재단이사장으로 봉사 좀 하시겠습니까?”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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