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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그곳’ 통증 방치했다간 불임 될수도…

‘정계정맥류’ 증상과 치료법

음낭에 울룩불룩한게 만져지거나 통증 있을땐 의심

기사입력 : 2017-12-10 22:00:00

남성에게 상징적인 신체 부분으로 몇 가지를 들자면 반드시 추가되는 부분이 고환일 것이다. 고환은 정자의 생성 및 남성호르몬을 만들어내는 기관이다. 엄마 배속에서부터 원래 음낭의 위치에 있는 기관이 아니며, 태생기에는 신장 근처에 위치하다 발생 7개월쯤 고샅관이라는 동굴을 통과하여, 복강에서 음낭으로 내려온다. 바로 이러한 특이한 발생학적 과정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처음 신장 주변에서 자라면서 음낭으로 천천히 내려오기에 혈관의 발생은 신장 주변에서 발생해, 역시 고환을 따라 아래로 길게 내려온다. 이 과정에서 혈관의 측면으로 작은 혈관 줄기가 발생하지 않아 고환의 혈류는 음낭에서 신장정맥 혹은 하대정맥까지 긴 여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에서 정계정맥류라는 질병이 출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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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맥류라는 질환은 누구나 한 번씩 들어본 적이 있는 질환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르게 직립보행을 한다. 그래서 우월한 종족이지만 이로 인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게 됐다. 그 예가 직장에 발생하는 치질이라든지, 정맥류 등의 질환이다.

이 질환들은 직립보행하는 인간이나 영장류에 특별히 발생하는 질환인데, 직립이라는 자세는 중력에 가장 저항이 큰 자세다.

그러다 보니 직장의 점막조직이 항문으로 내려와서 치질이 되고, 하지의 정맥혈이 심장으로 돌아가기에 너무 저항이 커서 피가 하지에서 울혈이 되는 정맥류가 발생한다. 정계정맥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질병으로 직립보행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인간은 스스로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간혹 음낭에 지렁이처럼 울룩불룩한 게 만져진다든가, 고환에 통증이 있다든가, 혹은 한쪽 고환이 작은 등등의 이유로 비뇨기과를 방문한 사람들은 정계정맥류의 확률이 높다. 젊은 남성의 약 15%, 불임 남성의 25%에서 발견되며, 대부분 좌측에서 발견된다.

그 이유는 오른쪽 고환에서 나오는 정맥혈은 하대정맥으로 들어가는 반면, 왼쪽에서 나오는 정맥혈은 신장정맥을 통해 하대정맥으로 들어간다. 해부학적 구조를 모르면 이해하기 힘든 이유인데, 어쨌든 대정맥이 가장 굵은 정맥이며 신장정맥은 하대정맥의 가지라고 생각하자. 대도무문이라고 했다. 거기에다가 고환에서 거리도 신장정맥이 더 위쪽에 있다. 당연히 왼쪽에 호발하게 된다. 85~90%에서 왼쪽에 발생하며, 우측에서 만져지는 경우에는 대부분 양측성일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단지 ‘혈액의 저항이 무슨 문제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고환이 신장 주변에서 발생해 음낭까지 긴 여정을 해 안착하는 이유는 체온보다 1~2도 낮은 온도에서 정상적인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고환 주변에 울혈이 생기면 고환 주변의 온도가 체온과 비슷해질 것이고, 그러면 정자 생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와 비슷한 문제를 야기하는 질환으로 잠복고환이 있는데, 이 경우 고환이 복강에서 음낭으로 내려오다가 중도에 멈춰 생기는 질환이다. 역시 복강 안에 혹은 서혜부에 딱 붙어서 고환이 위치하면 체온과 비슷해져 고환 위축 혹은 고환암까지 발생 가능하다.

정계정맥류의 치료는 수술인데, 수술적 치료를 할 경우 불임 환자에서 43%가 임신에 성공했다는 보고도 있다. 청소년기에 발견된 경우에도 고환의 위축 혹은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 수술적 치료가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수술의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고환정맥을 찾아서 잘라주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그냥 두어도 저항이 높은 혈관에서 자르기까지 하면 더 심해지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신비하고, 경이로운 인체의 몸은 길이 막힌 혈관은 위축시켜 흡수돼 버리고 새로운 정맥을 만든다. 이 새롭게 생겨난 정맥은 원래 고환정맥의 고난스런 행군을 하지 않고, 좀 더 저항이 작은 곳으로 신생혈관을 만든다.

최근에는 복강경 수술이 많이 행해지고 있으며, 더 나아가 원포트 복강경으로 배꼽에 2㎝가량 절개를 넣어서 시행하고 있는데, 이 경우 상처는 조금 커진 배꼽만 남을 뿐이다.

저출산 시대에 사소한 질병으로 불임의 고통을 겪지 말았으면 하고, 결혼하지 않은 청소년도 미래를 위해 검사 한 번쯤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이준희 기자

도움말 = MH연세병원 비뇨기과전문의 오정현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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