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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KAI 노조의 두 얼굴- 정오복(사천본부장·부국장대우)

기사입력 : 2017-12-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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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시와 시민들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고도 감사인사 대신 오히려 멱살 잡힌 기분이다. 불과 몇 개월 사이 돌변해버린 KAI 노조의 태도는 당황스럽다 못해 배신감마저 들게 하고 있다.

검찰의 방산비리 수사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던 KAI. 다행히 지난 10월 김조원 사장 취임 후 수리온 전력화 재개, 항공MRO 사업자 선정 등 호재가 이어졌지만, 아직은 불안정한 상태다. 또 이라크로부터 못 받았던 경공격기(FA-50) 대금 중 일부인 1억3000만달러(약 1400억원)를 이달 초 받았다고 하지만, 재정상태가 호전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더욱이 정작 KAI 운명을 좌우할 미국 차기 고등훈련기(APT) 사업자 선정 문제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런 와중에 노조는 76%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하고, 부분 집회 등으로 사측을 압박한 끝에 기어코 임금 인상을 얻어냈다. 자진 삭감을 강요받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지 않느냐는 일반적인 시각과는 상반된 행태였다. 그래도 눈치가 보였는지 외부에는 쉬쉬 하고, 사측도 ‘물가인상률 정도다’고 변명하고 있다. 불과 4개월 전, “KAI가 무너지면 대한민국의 유일한 항공산업이 사라진다”고 읍소했던 노조가 맞나 싶다. “방만한 경영을 방관하며 노동조합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회사의 전반적 경영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하고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던 약속은 순전히 기만이었나 보다.

노조의 기만행위는 따지고 보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KAI의 민영화가 시도될 때마다 각계각층에 허리 숙여 도와줄 것을 호소했다가도 소나기가 지나갔다 싶으면 안면몰수였다. 2009년 4월 대한항공의 KAI 지분 인수 저지를 위한 비상투쟁위원회는 “KAI는 국민의 세금이 투입돼 발전한 기업인 만큼 국민의 동의 없이는 매각될 수 없다”며 ‘국민’을 팔아먹었다. 2012년 5월 노조비상대책위원회 역시 “혈세 10조원을 투입해 살린 국민의 기업을 재벌에 퍼주는 매각을 반대한다”며 ‘국민의 기업’이라고도 했다.

이런데도 사천·진주지역 기업인들은 2015년 민영화에 대비해야 한다며, ‘KAI 주식 한 주 갖기 운동’까지 벌이는 속없는 짓도 했다.

위기 때마다 속절없이 동원되는 국민들 덕에 직원 4000명의 평균연봉 9000만원으로 성장한 국민기업(?) KAI. ‘KAI **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자랑할 때마다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던 협력업체 직원들이 오버랩되면서 국민기업과 국민들과의 이질감은 뚜렷해 보인다.

정오복 (사천본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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