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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모 찾으러 온 입양인 쓸쓸한 죽음

지난 2013년 고국 찾은 40대 입양인

5년간 부모 찾을 단서조차 못 찾아

절망감에 술 의존해 간경화 등 추정

기사입력 : 2018-01-01 22:00:00

친부모를 찾아 33년 만에 한국을 찾은 노르웨이 입양인이 끝내 부모를 만나지 못하고 고시텔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9일 김해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오전 10시 50분께 김해 시내의 한 고시텔에서 노르웨이 국적인 A (45)씨가 숨져 있는 것을 종업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A씨 시신은 심하게 부패했고, 방에는 술병과 쓰레기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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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22일 국립과학수사원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A씨는 지난달 7~10일 사이 숨졌고, 사인은 간 경화 및 당뇨에 의한 합병증으로 추정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여덟 살이던 지난 1980년 국내의 한 아동복지회를 통해 노르웨이로 입양됐고, 2013년 친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A씨는 김해의 한 보육원에서 생활한 기억을 더듬어 김해의 한 고시원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고, 1980년 당시 자신의 입양 업무를 담당한 서울 소재 입양 기관을 오가며 친부모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지난 탓에 사진이나 기록물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아 5년이 지나도록 친부모를 찾을 단서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오랜 기간 친부모를 찾지 못하자 절망감에 술에 의존했고, 간 수치 이상으로 수차례 병원 진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어도 서툴러 사람들과 교류를 하지 못하고 직업도 없었던 A씨는 노르웨이에서 송금되는 연금으로 한국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노르웨이에 양어머니가 있지만 현재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라고 경찰은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노르웨이 대사관에 A씨의 사망 사실을 통보했지만, 현재까지 가족의 연락이 없는 상태다”며 “유족의 연락이 없으면 무연고 사망처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박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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