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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49) 제22화 거상의 나라 ⑨

“옷이 너무 예뻐요”

기사입력 : 2018-01-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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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는 걸음을 멈추고 산사와 함께 가수들의 공연을 보았다.

그들이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는 가수인지는 알 수 없었다. 처음 의류상가 야외무대에서 가수들이 공연하는 것을 보았을 때 상당히 충격을 받았었다.

‘여기가 패션의 메카가 되다니.’

60, 70년대는 평화시장, 청계천 의류상가, 광장시장이라고 불리면서 수많은 여공들이 땀을 흘렸던 시장이 거대한 패션타운으로 변해 있었다. 동대문야구장도 철거되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이 되었다.

‘세상은 변한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다.’

김진호는 신문기자 생활에 지나치게 오랫동안 안주해 왔다고 생각했다. 신문기자는 기자고시라고 불릴 정도로 어려웠었다. 그러나 인터넷 신문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사람들이 신문을 보지 않으면서 영향력이 떨어졌다. 많은 신문사가 적자에 허덕이고 폐간되었다. 신문사의 규모도 축소되었다. 김진호는 그나마 특파원이었기 때문에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옷이 너무 예뻐요.”

산사는 패션타운의 가게들을 보면서 탄복했다. 수많은 의류가 층마다 가득했다. 디자인도 톡톡 튀고 바느질도 꼼꼼했다. 러시아, 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와서 옷을 사고 주문을 했다. 동대문 의류상가는 아시아 대중 패션을 선도하고 있었다. 밀레오레, 거평, 두산타워, 굿데이시티 등 수많은 빌딩마다 의류상가가 수백 개가 되었다.

의류가게는 디자인을 하고, 디자인한 옷을 공장에 맡겨 제작하는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었다.

원피스라던가 여성 의류 몇백 벌을 2~3일 안에 제작할 수 있었다.

“이거 어때요?”

산사가 스웨터 하나를 골랐다. 푸른색으로 U자로 파인 옷이다.

“예뻐, 산사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

“살까요?”

“예쁘니까 사야지.”

“돈을 아껴야 하지 않아요?”

신사는 영악했다. 그가 신문사를 그만두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제 사업을 시작할 거야.”

“어떤 사업이요?”

“오병감 알지?”

“알죠.”

중국인들 중에 오병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병감처럼 행상을 할 거야.”

행상은 중국에서 무역을 말한다. 우리 나라처럼 보따리 장사 수준이 아니라 대상이다.

“무엇을 팔 거예요?”

“옷을 팔지.”

무역상은 무엇이든지 판다. 그러나 보편적인 상품인 의류가 가장 적당할 것이다.

“그럼 세계 최고의 행상이 되세요.”

“산사는 뭐가 될 거야?”

“행상의 귀여운 아내.”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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