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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모로코 페즈

오색빛깔 삶으로 물든 ‘가죽의 도시’

식품공업 발달한 도시 페즈

기사입력 : 2018-01-10 22:00:00

페즈는 교통의 요충지로 섬유·올리브유 등 식품공업이 발달한 도시다.

모로코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 도시이며, 198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됐다.

우리는 메르주가로 가는 버스표를 예매한 뒤 짐을 맡기고 페즈를 구경하러 갔다. 페즈에서 유명한 것은 천연가죽 염색공장 태너리인데, 우리는 이곳을 보러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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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천연가죽 염색공장 ‘태너리’에서 가죽을 염색하고 있다. 마치 팔레트에 알록달록한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택시 흥정과 함께 메디나로 향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또 길을 찾아주겠다고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계속 우리를 따라와서, 우리는 지도를 보지 않고 길을 아는 척하며 그 사람을 따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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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즈 메디나의 블루문.



마라케시와 페즈에서 맵스미(길 알려주는 앱)를 사용했는데, 마라케시보다 페즈 메디나가 더 커서 그런지 맵스미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았다. GPS 사용을 포기하고 지도를 잘 보는 언니가 계속해서 지도를 봤지만 태너리를 찾기는 너무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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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전통 옷을 입은 내 모습. 방에서 한참 동안 옷을 입었다 벗었다 했다.

한참을 돌고 돌았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다. 그때 어떤 아이가 우리에게 태너리를 데려가준다고 따라오라고 했다. 우리는 따라갈까 말까 고민했다. 자꾸 무료로 알려줄테니 따라오라고 했다. 이러다 버스시간에 제때 돌아가지 못할 거 같아서 속는 셈 치고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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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전통 옷을 입은 내 모습. 방에서 한참 동안 옷을 입었다 벗었다 했다.

역시나 도착했더니 10디르함을 달라고 했다.

태너리 구경은 무료로 해달라는 전제로 돈을 내고 구경을 했다. 특이한 향이 나는 식물을 건네받고 우리는 계단을 올랐다.

2층에는 가죽들과 가방이 걸려 있었고 3층으로 가니 태너리가 보였다. 알록달록한 모습은 정말 예뻤다. 하지만 이렇게 더운 날 고약한 냄새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니 마음이 불편해지고 여러 가지 감정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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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여행에서 탔던 낙타들.



가죽 제품을 사라는 호객행위를 무시하고 우리는 얼른 태너리를 벗어나 버스정류장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찾아 나섰다. 택시가 많을 줄 알았지만 우리가 빠져나온 길에는 택시가 없었고 어떤 사람들이 내리는 모습을 보고 쫓아가 탄 택시 아저씨는 영어를 전혀 못했다. 흥정을 시도했지만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모로코에서 처음으로 미터기를 켜고 택시를 탔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후 우리는 야간버스를 대비해 밥을 먹으러 갔다. 아는 정보가 하나도 없어서 저번처럼 길을 돌아다니며 맛있어 보이는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현지인들이 많아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성공적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야간버스를 탔고, 머리만 닿으면 자는 나는 메르주가에 도착할 때까지 꿀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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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네 수영장.



우리는 숙소로 알리네를 예약했다. 알리네는 예약해두면 픽업해주러 나온다. 우리는 잠자고 있다가 픽업해주러 온 사람이 깨워서 일어났다. 알리는 우리에게 하마터면 너희 미아될 뻔 했다고 놀렸다. 그렇게 비몽사몽한 채로 차에 짐을 싣고 알리네 집으로 갔다.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밥을 먹었는데 진짜 너무 맛있었다. 알리네 집에서 모로코 전통 옷을 판다고 해서 우리는 미리 사지 않았다. 옷을 사고 싶다고 하자 따라오라고 해서 갔더니 어떤 방으로 갔다. 거기는 옷이 잔뜩 쌓여 있었다. 나는 학센의 마네킹이 되어 이옷 저옷 입혀졌고 언니들은 깔깔 웃으며 즐겼다. 언니들이 이 옷이라고 얘기하면 학센은 꼭 나에게 옷을 입혔다. 그렇게 우리는 옷을 사려다가 짐을 늘리지 말자며 다 같이 옷을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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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빌리고 방으로 들어가서 우리는 노곤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낮잠을 잤다. 그러고 나니 이젠 정말 더위와의 전쟁이었다. 너무 더워서 밖으로 나오고 밖은 더 더운 것 같아서 시원한 곳을 찾아다녔다. 알리가 수영장에서 놀아도 된다고 했다. 수영장이라니. 아침에 정신없이 오느라 몰랐는데 바로 집 앞에 수영장이 있었다. 우리는 얼른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뛰어들어갔다. 유일하게 수련 언니만 수영을 할 줄 알았고 아만다 언니와 나는 수영을 못했다. 우리는 수련 언니를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며 수영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렇게 수영교습이 시작됐지만, 수영이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없었다. 열심히 물만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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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서 바라본 사막.



수영을 마치고 나니 더위가 한풀 가셨다. 물로 배를 채웠지만 금세 배가 고파졌다.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우리는 옥상으로 가서 사막의 노을을 보며 저녁을 먹었다. 진짜 알리네 음식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맛있었다. 지금도 생각나는 맛들이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우리는 씻고 잠들려고 했으나 또 더워서 방을 뛰쳐나왔다. 친절한 알리는 옥상에 매트와 이불을 줄 테니 옥상에서 자라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옥상으로 올라갔다. 하늘을 보니 별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매트리스 위에 누워 별베개와 별이불을 덮고 잠들었다. 나는 또 깊은 잠에 빠져서 몰랐는데 새벽에 은하수가 정말 장관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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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사막의 노을.



아침을 먹고 우리는 사막으로 갈 준비를 했다. 짐은 최대한 간소하게, 사막에 가서 못 씻을 것을 대비해 화장은 생략했다. 학센에게서 빌린 옷을 입고 설레는 발걸음으로 뛰어나갔다. 낙타 세 마리가 줄지어서 앉아 있었는데 너무 귀여웠다. 낙타가 일어서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높았다. 그리고 옷은 살이 쓸리지 않는 부드러운 소재가 좋다. 생각보다 허벅지 안쪽이 많이 쓸리고 엉덩이도 아프다. 말을 타본 사람이라면 말 탈 때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는 청바지를 안에 입었는데 정말 살이 다 쓸려서 벗겨지는 줄 알았다. 그리고 짧은 옷보다 긴 옷이 좋은데 태양이 너무 뜨거워서 화상의 위험이 있고, 또 살이 쓸려서 엄청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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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현
△ 1995년 김해 출생
△ 동원과기대 유아교육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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