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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54) 제22화 거상의 나라 ⑭

“추워?”

기사입력 : 2018-01-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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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원심매는 털털하여 악수까지 했다. 단동에서 배를 내리자 날씨가 추웠다. 단동은 북한의 신의주와 연결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열차가 압록강을 건너 왕래한다. 북한과 가깝기 때문에 북한 식당도 있고, 북한 상품들도 많이 판다. 단동에는 고층 빌딩들이 즐비했으나 압록강 건너 북한 쪽에는 건물다운 건물이 없다.

“아침을 먹고 가야지.”

단동항구에서 입국수속을 마치고 나오면서 산사에게 물었다. 가방을 어깨에 메고 하나는 끌었다. 산사도 가방을 끌고 있었다. 강바람이 매섭게 불어왔다.

“진호씨, 따뜻한 거 먹고 싶어요.”

산사를 데리고 북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순댓국을 주문했는데 산사는 맛있게 잘 먹었다. 중국인들은 생활력이 강하다. 50, 60년대의 한국인들처럼 억세게 일을 한다.

단동역에서 천진을 거쳐 북경으로 가는 열차에 올라탔다. 한참을 돌아가는 길이지만 천진 항구가 무슨 까닭인지 폐쇄되어 어쩔 수가 없었다. 중국에서는 때때로 이해할 수없는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뽀옥.

열차가 기적소리를 울리고 출발했다. 중국의 열차는 장거리를 가기 때문에 침대칸이 많다. 침대칸이라고 해도 한 칸에 3층 정도로 되어 있어서 여섯 명 정도가 탈 수 있다. 김진호는 산사와 함께 침대칸에 탔다.

“추워?”

“괜찮아요.”

만주는 서울보다 날씨가 더욱 추웠다. 열차가 달리는 만주 벌판이 눈으로 하얗게 덮여 있었다. 열차는 선양에서 천진 방향으로 꺾었다.

길고 긴 열차여행을 마치고 북경에 도착한 것은 밤이 되었을 때였다. 북경에는 특파원을 하면서 산사와 함께 살던 작은 아파트가 있었다.

“피곤했지?”

김진호는 짐을 풀고 산사를 안아주었다. 아파트는 한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썰렁했다.

“괜찮아요. 라면 먹을래요?”

한국에서 라면을 스무 개나 가지고 왔다.

“그럴까?”

김진호는 짐을 꺼내고 산사가 라면을 끓였다. 라면을 먹고 북경 시내를 걸었다. 전 세계를 영향권에 두고 있는 중국의 지도자들이 살고 있는 북경은 날씨가 추웠으나 대목이어서 사람들이 흥청거렸다. 원단절로 불리는 신정을 지나면 설날인 춘절 대목이 시작된다. 중국인들 최고의 명절인 춘절까지 한 달이 넘게 남았지만 춘절 유동인구는 약 30억명에 이른다. 중국 인구 15억명이 한 번만 왔다 갔다 해도 30억명이 이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자동차로 25억, 열차로 4억, 배로 4000만명 정도가 이동한다.

공식적인 휴가는 일주일이지만 농민공들이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돌아오는데 30일에서 40일이 걸린다. 이 기간에는 대도시가 텅텅 비어 유령의 도시가 된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만 문을 열고 음식점들도 쉰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