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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부모 자격- 조고운 뉴미디어부 기자

기사입력 : 2018-01-11 07:00:00


그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5살짜리 딸을 때려 죽여 야산에 묻어버린 남자, 4살 난 아들을 목졸라 죽인 후 함께 베란다 밖으로 몸을 던진 여자, 3살배기 아들의 목에 애완견 목줄을 채우고 죽을 때까지 굶기고 때린 남자. 이러한 뉴스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저들을 ‘부모’라고 불러도 되는 것인가. 더 비정하고 혹독한 명칭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모성(母性)과 부성(父性)은 선천적 본능이 아니다. 많은 부모들이 막 태어난 무기력한 아이를 만나는 순간 당혹감에 빠진다. 생경함과 부담감에 산후우울증까지 생기기도 한다. 프랑스 철학자 엘리자베스 바댕테르는 모성애가 후천적이라고 주장한다. “본능적인 모성애는 여성의 육아노동을 위해 사회가 만들어낸 것일 뿐, 실제 모성애는 자식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쌓일수록, 그리고 자식들에게 베풀어 주는 보살핌이라는 기회를 통해 생겨나는 것이다.” 부성애도 마찬가지다.

▼수잔 매카시의 책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동물의 세계’에는 모성애가 없는 고릴라 돌리의 이야기가 나온다. 샌디에이고 야생동물 공원에 사는 돌리는 새끼를 낳았지만 돌보지 않았다. 9개월부터 인간에게 키워진 돌리는 같은 종의 어른들을 관찰하고 모방하지 못했다. 사육사들은 돌리에게 모성 훈련을 시키기로 했다. 두 번째 새끼를 임신한 돌리에게 인형을 안고 예뻐해주고 달래는 행동을 훈련시킨 것이다. 새끼가 태어난 후 사육사들은 돌리 곁에서 새끼가 울 때마다 연습했던 행동들을 반복해서 시켰고, 일주일 만에 돌리는 명령 없이도 새끼 둘을 잘 돌보는 어미가 됐다.

▼국내 아동 학대범 10명 중 8명이 부모라는 통계가 발표됐다. 자녀 학대는 무엇보다 잔혹한 범죄다. 심신이 유약한 아이가 대상인 점, 보호자가 가해자가 되면서 아이의 보호받을 권리를 짓밟은 점이 그 이유다. 우리는 5살 아이의 참혹한 죽음에 분노하는 동시에 ‘제2의 죽음’을 막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우선은 교육이다. 모든 부모는 초보부터 시작한다. 좋은 숙련자가 되려면 잘 배워야 한다. 그래서 적어도 ‘내 새끼 내가 때리는데 왜 그러냐’는 말을 더이상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고운 뉴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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