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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新 팔도유람] 푸른바다와의 동행 '영덕 블루로드'

쪽빛 겨울바다와 나란히 걷기

기사입력 : 2018-01-12 07:00:00


새해가 밝았다. 어제 갔던 그 길은 오늘 갔던 그 길과 이제 다른 길이다. 새해 길은 또다른 의미와 모습으로 길손을 맞고 있다. 동해의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동행하는 길로 손꼽히는 곳 ‘영덕의 블루로드’를 걸으며 나를 만나본다.

바다가 있어 가슴이 탁 트이고 해풍에 실려오는 갯내음이 신선하다. 태백정맥을 따라 산과 골에서도 맑은 바람이 불어온다. 곳곳에서 만나는 어촌에서는 줄지어 늘어선 청어, 오징어 덕장의 가지런한 사열(?)에 우쭐해지기도 하고 해산물을 다듬고 어구를 손질하는 어민들의 모습에 친근함과 숙연함을 느낀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사시사철 새롭게 펼쳐지는 파노라마는 길손에겐 싫지 않은 긴장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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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블루로드 중 ‘쪽빛 파도의 길’. 창포말 등대와 해맞이공원 뒤로 풍력발전단지가 보인다./영덕군/

영덕블루로드는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688㎞의 동해안 트레킹 코스인 해파랑길 중 영덕군 남정면 대게공원을 출발해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약 64.6㎞의 해안길이다. 4개 코스로 영덕만의 특색 있는 아름다움과 이야기 덕에 꾸준하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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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 파도의 길

영덕의 남쪽에서 출발할 경우 블루로드 길에서 첫 코스는 ‘쪽빛 파도의 길’이다. 남정면 부경리 대게누리공원을 출발해 장사해수욕장, 삼사해상공원, 강구터미널까지 이어지는 총 14㎞로 4시간 정도 코스다.

북쪽으로 30분 정도 갯내음을 맡으며 걷다 보면 장사해수욕장에 다다른다. 해안을 따라 울창한 해송 숲과 백사장 그리고 ‘군함’이 탐방객을 맞는다. 군함은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한 양동작전으로 감행된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된 상륙함을 재현해 놓은 것이다.

다음은 7번 국도변에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포구 구계항과 남호리 아담한 백사장을 지나 삼사리에서는 바다 위로 부채 모양의 투명 산책로를 걸어보자. 파도 포말과 파도 소리가 일품이다. 이어 1970~1980년대 경북 동해안 최고의 유원지로 사랑받았던 삼사해상공원이다. 남으로는 남호해수욕장, 북으로는 강구항이 한눈에 보인다. 동해의 첫날을 깨우는 경북대종이 있는 삼사해상공원은 매년 새해맞이 행사가 열리는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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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바람의 길

강구면과 영덕읍에 걸쳐 이어지는 ‘빛과 바람의 길’은 강구터미널에서 고불봉, 풍력발전단지, 창포말 등대로 이어지는 총 17.5㎞ 6시간 코스다. 시원한 조망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구간이다.

강구터미널을 지나 오십천을 가로질러 강구대교를 건너면 강구항과 강구 대게거리가 나온다. 대게거리는 얼마전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되기도 한 곳이다.

강구대교 쪽으로 다시 돌아오다 강구교회 쪽 산길로 고불봉 가는 길에 오른다. 가쁜 숨을 몰아가며 이정표를 따라 급경사를 오르다 보면 남쪽으로 삼사해상공원이 보인다. 좁은 소나무숲길을 따라 도로 위 금진 구름다리를 지나 만나는 고불봉이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다. 235m의 그리 높지 않은 곳이지만 동쪽 바다와 북쪽 풍력발전단지, 서쪽엔 오십천과 영덕 읍내 철도와 영덕역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론 강구항과 이어지는 산줄기들까지 뻗혀 있는 산세 그대로가 들어오는 전방위 조망 자리다. 24개의 거대한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이국적 풍경의 풍력발전단지는 영덕군에서 발간하는 대부분의 인쇄물에서 빠지지 않는 대표적인 명소다.

내리막길을 걸어서 내려간다. 빛과 바람의 길의 종착지인 해맞이공원의 상징물 창포등대다. 대게 집게발이 등대를 집어삼킨 형상과 도로변 아름다운 가로등의 조화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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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대게의 길

‘푸른 대게의 길’은 창포 해맞이공원, 경정리 대게원조마을, 죽도산 전망대까지 약 15㎞이며 소요시간은 5시간 정도. 블루로드 가운데 가장 많은 바닷길이 있다. ‘환상의 바닷길, 바다와 하늘이 함께 걷는 길’로 표현되기도 한다.

대탄리와 오보리, 노물리, 석리를 거치면서 많은 파도와 바람이 만들어 놓은 기암괴석을 마주하게 된다. 해안가와 자연길을 걷기도 하고 도로를 따라 걷기도 한다.

사실 이곳은 영덕 천지원전 예정지에 속해 있거나 인접한 곳이었다. 현재 원전이 사실상 백지화됐지만 원전이 예정대로 건설됐더라면 블루로드의 이 구간은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어지는 경정2리는 대게원조마을이 있다. 후삼국시대 고려 태조 왕건이 안동 지역에서 안동과 영해부(현재 영해면)의 토호들의 도움으로 견훤과의 일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경주로 향하던 길에 이곳에서 대게를 처음 먹고 후일에도 대게가 계속 진상됐다고 한다.

대게원조마을을 지나 북쪽으로 걷다 보면 죽도산과 연결된 현수교에 다다른다. 해안 쪽에서 축산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죽도산은 원래는 죽도(竹島)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 동해안에서 몇 되지 않는 섬이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육지와 연결된 곳이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까지 왜구를 방어하는 중요한 요충지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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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은 사색의 길

축산항 죽도산 전망대에서 대소산 봉수대, 목은 이색 산책로, 괴시전통마을, 고래불해수욕장을 잇는 약 17.5㎞ 6시간 구간이다. 북쪽 마지막 구간이다.

여기는 숲길, 산길을 통해 고요히 마음을 가다듬는 역사와 사색의 길이다. 축산항의 남씨 발상지를 출발해 대소산봉수대를 지나면 목은산책로와 목은기념관이 조성돼 있다. 이곳을 지나면 고택들이 아름다운 선을 과시하는 괴시리 전통마을이 있다.

발길을 옮기면 구한말 의병장 벽산 김도현 선생이 경술국치의 울분을 견디지 못해 영양에서 6일 동안 걸어와 동해로 걸어들어가 목숨을 끊었던 대진해수욕장이 있다.

이어 인접한 고래불해수욕장은 블루로드의 마지막 이정표가 된다. 고래+불(해변)이라는 단어를 보면 그 옛날 이 일대가 고래가 많이 노니는 곳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코스는 아니지만 시간을 내 꼭 들러볼 만한 곳이 대진리 쪽 상대산의 관어대(觀魚臺)다. 목은 이색이 이곳에 올라 고래불해변을 내려다보며 바다에서 뛰노는 고래와 물고기 등에 대한 감동을 표현한 부(賦)를 남길 정도로 멋진 뷰포인트이다. 매일신문 김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