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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편법인상에 노동자들 집단 대응

상여금 일부 기본급 전환사례 많아

근로조건 하향 일방적 변경은 위법

기사입력 : 2018-01-16 07:00:00


경남지역 소규모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전환해 최저임금 기준에 맞추는 편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거나 결성을 준비하는 등 집단 대응에 나서고 있다.

“올해는 설날 보너스도 못 받을 처지입니다.” 진주의 한 자동자부품 제조 공장에 다니고 있는 노동자 A씨의 탄식이다. 이 공장에는 A씨 등 150여명이 일을 하고 있는데, 공장에서는 이들에게 올해 인상된 최저임금에 따라 기본금을 올려주는 대신 설날과 추석에 주던 상여금 200%를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김해의 다른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의 노동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공장 역시 올해 최저임금 인상 등의 이유로 노동자 200여명에게 지급하던 상여금 600% 가운데 250%를 삭감하고 이를 기본급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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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경남본부와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해 12월 21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신세계의 고용과 소득상승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경남신문DB/

이 같은 최저임금 편법 인상과 관련해 민주노총 경남본부에 접수된 사례는 15일 현재 모두 30여 건에 이른다. 창원과 김해, 진주 등 주로 제조공장에서 업종과 관계없이 접수되고 있으며 상당수가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여금을 삭감당하게 된 진주 자동자부품 업체 노동자는 지난 10일 고용노동부 진주지청에 이를 신고했다. 진주지청 감독 결과 이 공장은 노동자들을 상대로 상여금 삭감 방침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드러나 시정지시가 내려졌다. 기존 지급하던 상여금을 축소 지급하는 것은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노동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의 동의를 얻거나 노조가 없는 경우 노동자 과반수 동의로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한다. 진주지청 근로감독관은 “아무리 회사 사정이 어렵다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며 “강요가 아닌 동의가 필요한 부분임을 지도·감독하고 위법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 자동자부품 업체 노동자들의 경우 노조를 결성해 집단 대응에 나섰다. 이 공장 노동자 B씨는 “회사가 사정이 어렵다며 일방적으로 상여금 및 각종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등 최저임금을 편법으로 인상하려고 했고, 이에 생산직 노동자 전원이 금속노조에 가입하게 됐다”면서 “노조는 단체협약 체결과 임금인상 교섭을 통해 사측의 임금삭감 꼼수를 저지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백성덕 민주노총 경남본부 조직2국장은 “주로 노조가 없는 영세 사업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어 개별대응이 아닌 노조 결성을 통한 집단대응을 권하고 있다”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곳도 있지만 노조를 결성해 대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지난 8일부터 최저임금을 편법 인상하는 사례 등을 접수하는 ‘최저임금 신고센터’를 개설해 운영에 들어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최저임금 편법 인상 등 신고는 익명으로 가능하다”며 “어쩌다 사업주가 내부적으로 신고자를 색출해 신원이 노출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신원노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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