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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눌언민행(訥言敏行)- 김희진 정치부 기자

기사입력 : 2018-01-16 07:00:00


중국 고대 유학자이자 공자의 제자인 자로는 배운 것을 실천에 옮기려고 무던히 애쓴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말과 행동의 일치에 매우 예민했고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했다. 언행일치, 지행합일을 추구했던 자로는 벼슬을 지낸 위나라에 내란이 일자 섬기던 군주에 대한 신의를 지키려다 적군의 칼에 목숨을 잃었다. 칼에 갓끈이 끊어지자 ‘군자는 죽더라도 관은 벗지 않는다’며 갓끈을 다시 매고 죽었다는 일화가 전한다.

▼자로는 공자를 가장 가까이서 모신 제자 중 하나였고, 공자가 가장 아낀 제자 중 하나다. 공자는 언행일치, 지행합일을 실천하려는 자로의 노력을 높이 샀다. 공자는 ‘자로가 한마디 말로 옥사를 판결할 수 있고 그는 약속한 일을 다음 날로 미루는 일이 없다’고 평했는데 공자와 사람들이 자로에게 얼마나 큰 신뢰를 보냈는지 알 수 있다. 언행일치, 지행합일은 오늘날 사람들이 신뢰관계를 형성할 때 고려하는 비중 있는 기준이기도 하다.

▼신뢰를 쌓으려면 말과 행동의 일치도 중요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말은 둔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라는 뜻을 담은 눌언민행은 신중하게 말하고 자기개혁이나 선행, 잘못을 바로잡음에 있어서는 빨라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말의 무게와 행동의 민첩성,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미덕은 일반시민에게도 필요한 덕목이지만, 곧 시민들을 상대로 중요한 약속을 해야 하는 정치인에게 특히 필수적 요소다.

▼세계경제포럼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정치인 신뢰도는 세계 144개국 중 97위에 불과하다. 앞서 선거에 나와 당선됐던 많은 사람들이 언행일치·지행합일·눌언민행의 미덕을 잘 실천했더라면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지금보다 낮았을까. 5개월 앞으로 다가온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얼마나 우리 지역을 잘 아는지, 무게 없는 말을 막 하지는 않는지, 내뱉은 말은 잘 지키는지 투표 전 후보를 꼼꼼히 살펴본 후 현명하게 선택하는 것이 깨어 있는 유권자의 역할이다.

김희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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