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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장은 아무나 하나?-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기사입력 : 2018-01-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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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금수저 노릇(?)을 하고 44년의 교직생활을 한 퇴직 교원으로서 지금은 망팔을 바라보고 있지만, 요즘의 교육이 걱정스러워 폐목강심(閉目降心:조용히 눈을 감고 마음을 차분히 다스림)을 해보니 교육이 무엇인지 이제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20년 전 IMF 때 경제 논리로 교원의 정년을 3년 앞당겨 교육계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그 여파가 10년 넘게 가더니, 지금의 교장제도는 일제 식민지 시절, 일본인 교장이 조선인 교사와 학생들을 감독하기 위해서 만든 일제 잔존 제도라고 하여, 지난해 12월 26일 입법 예고에서는 15% 내외로 묶어 두었던 교장 공모 제한을 폐지하고 오는 9월 1일부터 자율학교의 경우 교육경력 15년 이상이면 누구나 교장이 될 수 있게 했다.

우리의 역사를 보면 신라시대 진골 위주의 교육기관인 국학이나 조선시대 양반 위주의 성균관 같은 교육기관에도 지금과 같은 교장이라는 직함은 없었지만, 덕망이 있고 경륜이 많은 사람이 책임자로 있었다. 젊고 유능한 사람을 등용하겠다고 지난 1997년부터 문호를 개방하여 15%까지 상한선을 둔 것을 이번엔 아예 상한선을 없애버렸다. 교육을 지적 논리로, 다른 표현을 하면 머리 좋고 똑똑한 사람이면 30대라도 교장이 가능하게 한 착상은 탁상공론이다. 좀 야박한 소리 같지만, 교장은 아무나 할 수 있겠다는 농담 아닌 진담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젠 제발 교육을 경제논리로 저지른 시행착오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육자는 법관이나 행정직이나 군인·경찰과는 다르다. 교육자는 사람을 사람답게 계획적이고 지속적으로 가르치는 직업으로, 교육은 한 치의 오차와 시행착오를 용납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교육자는 많은 경험과 경력이 필요하다. 특수목적고 같은 곳은 학교 설립의 목적에 맞는 유능하고 그 분야에 뛰어난 사람이면 교장으로 모셔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대다수의 학교에서는 적당한 경륜과 학식과 덕망이 필요하다. 정상적으로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을 졸업하면 25~26세쯤 된다. 교장선생님은 지역사회나 당해 학구 내에서 존경의 대상이다. 교장선생님은 몇 년의 부장교사를 거쳐 교직의 아린 맛과 어려움을 구별할 줄 알고, 교육의 참뜻을 되새기며, 자기 인생에 대해서 책임을 질 줄 아는 불혹의 나이 중반쯤 교장이 되었으면 금상첨화가 될 것 같다.

정부가 어떻고 교육감이 어떠하다는 식으로 동전의 양면과 같은 얕고 좁은 논쟁은 별 가치가 없다. 대선 공약으로 국가교육회의와 위원회를 설치하여 해결하겠다고 공언을 했듯이 ‘대국적인 면에서 이런 문제부터 재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허만복 (경남교육삼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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