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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포지구 입주업체들 “땅 반납하고 떠나고 싶다”

마산해양신도시 가포지구 분양받은 업체 5곳 ‘땅 반환 갈등’

첫삽도 못뜬 채 4년 허송…뒤통수 친 항만법에 발 묶이고

기사입력 : 2018-01-15 22:00:00

“무리한 가포신항, 마산해양신도시 조성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봐야겠죠. 이제는 이도저도 싫고 분양받은 토지 전부 반환하고 가포를 뜨고 싶습니다.”

마산해양신도시 가포지구에 용지를 분양받은 한 업체 관계자는 “창원시와 마산지방해양수산청을 수시로 오가며 문제를 해결해 보려 했지만 두 곳 모두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사업 시작은커녕 공장도 못 짓고 발이 묶여 보낸 허송세월이 4년이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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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신항 인근 마산해양신도시 도시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산업용지./김승권 기자/


현재 이 업체는 사업을 접고 가포를 ‘완전히’ 뜨려고 한다. 이같이 가포지구를 포기하려는 업체는 5개에 이른다.

이들 업체는 지난 2014년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 일원의 마산해양신도시 도시개발사업(가포지구) 산업용지를 낙찰받았다. 이들이 공급받은 용지는 한 업체당 크게는 26만4460㎡에서 작게는 4만8210㎡에 이른다. 이들 업체에 따르면 당시 창원시는 분양공고를 통해 ‘제조, 조립·가공, 물류·유통, 선박기자재, 선용품 보관·판매, 업무시설 및 연구소 등으로 분양한다’고 고시했다.

하지만 업체들이 막상 부지에 공장을 짓기 위해 행정절차를 밟기 시작하자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불거졌다.

마산해수청이 이들 업체에 대해 ‘사업계획이 마산항의 물동량과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시행허가가 불가하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업체들이 부랴부랴 알아본 결과 가포지구가 ‘제1종 항만배후단지’에 소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항만배후단지’는 항만법에 의해 입주자격을 ‘관할 항만을 이용해 반입·반출되는 화물을 하역·운송·보관·전시하는 업종 또는 이를 지원하는 사업체, 관할 항만에 입항·출항하는 선박을 이용한 수출을 주목적으로 하는 제조업’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즉 가포신항을 통한 수출입 실적이 있는 업체 또는 수출입을 지원하는 사업체 등 항만 이용과 관련성을 가진 업체만이 가포지구에 입주할 자격을 가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포지구에 땅을 분양받은 업체들은 운반하역설비, 항공기부품, 네트워크 구축, 발전설비 제조, 식품가공 등 가포신항을 이용할 이유가 없는 업종이 다수다. 설사 수출 판로를 개척한다 해도 개설항로가 전무하다시피 한 가포신항을 활용할 방법을 찾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 문제는 결국 마산해양신도시 개발사업에 의해 태어난 가포지구의 ‘태생적 한계’에 귀결된다. 기존 항만 배후단지는 국유 임대방식을 적용받아 관리기관 지위를 항만공사나 관할 지방해양항만청이 갖지만 가포지구는 매각방식의 배후단지로, 토지를 조성해 매각한 주체는 창원시지만 관리기관의 지위는 마산해수청이 가지면서 행정에 엇박자가 나고 있다.

업체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업체들은 “가포지구가 항만법에 적용을 받는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창원시는 분양 단계에서 이를 민간사업자에게 고지하고 사업자가 직접 판단하도록 해줬어야 하지 않느냐. 아무것도 모르고 분양받은 기업체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가포신항 물동량 창출이 어렵다는 판단이 섰다면 사전에 입주자격 기준을 전환하는 등 창원시와 마산해수청이 협의해 제도적 장치를 미리 마련한 뒤 분양에 나섰어야 한다고 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업체들은 현재 토지를 분할매각이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창원시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수반되는 사항이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이를 꺼리고 있다.

창원시는 앞서 업체들에게 보낸 답변서에서 “물동량 창출이 어려운 가포신항 배후단지에 입주할 항만법 적격자를 찾기는 어렵다고 보고, 입출항 실적 위주가 아닌 물동량 창출 가능성이 있고 간접수출이 가능한 일반 제조업체도 입주가 가능하도록 ‘1종 항만배후단지 관리지침’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개선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산해수청은 “가포신항이 물동량 창출이 다소 어렵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각 항만의 특성과 항만시설의 기능을 고려해 조성되어야 할 항만배후단지의 본래 목적을 위배해 허가를 남발할 수는 없다”며 “토지를 매각한 창원시가 지역경제 활성화 의지가 있다면 가포지구 관리기관 지위를 얻어 직접 문제를 풀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업체들은 “4년 동안 한 업체당 부지 매입에 쓴 대출 이자가 많게는 10억원에 가깝다. 이제는 사업을 접어야 할 상황까지 왔고, 창원시와 마산해수청에 토지를 반환하겠다는 요청을 해놓은 상태다.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소송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고 밝혔다.

가포지구는 총 37필지로 이 중 29필지가 매각됐고, 14필지만이 시행허가를 받았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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