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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58) 제22화 거상의 나라 18

“나 아기 가질까?”

기사입력 : 2018-01-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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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숭이 그 말을 듣고 방안을 서성이다가 외쳤다.

“왕개가 그릇을 씻는데 맥아당을 사용하면 나는 밀랍(蜜蠟, 꿀벌의 집으로 만든 밀초)을 땔감으로 사용할 것이다.”

왕개와 석숭은 촛불로 밥을 하고 촛불에 고기를 구워 먹을 정도로 사치를 했는데 그들의 대립은 너무나 유명했다.

왕개가 비단으로 40리에 이르는 담장을 덮자 석숭은 50리에 이르는 담장을 덮었다.

석숭은 가학적인 취미를 갖고 있기도 했다. 그는 손님들이 오면 가기(歌妓)들에게 권주가를 부르게 했는데 권주가를 잘 부르지 못한다고 하여 애첩을 셋이나 목을 베어 죽인 일도 있었다. 또 침상 위에 흰 천을 놓고 가기들에게 밟고 지나가게 한 뒤에 흔적을 남긴 가기는 밥을 주지 않고 흔적을 남기지 않은 가기에게만 밥을 주었다.

서진의 무제가 죽고 혜제가 즉위했다. 황후 가남풍이 정치를 좌우했다. 황후 가남풍과 외척이 득세하자 팔왕이 난을 일으켰다.

조왕 사마윤과 제왕 사마경은 군사들을 이끌고 와서 가남풍의 세력을 몰아내고 혜제를 태상왕으로 봉하고 조왕 사마윤이 서진의 황제가 되었다. 만고일부 석숭도 권력에서 밀려나 죽임을 당했다.

“석숭은 어떻게 하여 부자가 된 거지?”

석숭과 같은 부자도 죽음 앞에서는 소용이 없다.

“양주 자사로 있을 때 군사를 거느리고 있었어요. 양주를 지나가는 사신이나 상인들을 모조리 잡아들여 재산을 빼앗았대요.”

“도적이네.”

석숭은 학문이 높았으면서도 백성들의 재산을 갈취했다.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가 역사에 기록으로 남은 것은 사치와 향락을 일삼은 부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거상들이 많지?”

침대에서 일어나 소파에 앉았다. 산사가 냉장고에서 주스를 가져왔다.

“거상들이 많죠. 화식열전에 거상들 이야기가 있어요.”

텔레비전에서는 고준이라는 어린 여자 가수의 청장고원이라는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산사가 좋아하는 노래여서 옆에 와서 앉더니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김진호는 산사를 안아서 무릎에 앉혔다. 텔레비전 화면에 장대한 청장고원이 비쳤다.

고준이라는 여자 가수는 열두 살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열창을 하고 있었다. 김진호는 산사를 애무했다. 산사는 알몸에 타월 하나만 두르고 있었다.

“진호씨.”

산사의 몸이 더워지기 시작했다.

“응?”

“나 아기 가질까?”

“빠르지 않아? 산사는 이제 스무 살인데….”

“진호씨, 아기 갖고 싶어.”

산사가 입술을 부딪쳐왔다.

“나 아기 가질래.”

산사가 김진호의 목에 두 팔을 감았다. 타월이 아래로 흘러 내려갔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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