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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59) 제22화 거상의 나라 19

“잠이 안 와”

기사입력 : 2018-01-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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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는 어느 때보다도 격렬하게 안겨왔다. 김진호는 산사를 껴안고 쾌락의 절정으로 달려갔다. 창밖은 날씨가 포근했다. 북경은 비교적 날씨가 추운 편인데 한겨울이 포근하여 이상기온이라고 불렸다.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일까. 창문이 덜컹대고 흔들렸다. 이맘때면 만주 벌판에서 차가운 바람이 북경을 향해 불어온다.

김진호는 산사의 몸속으로 깊이 진입했다. 산사가 교성을 토하면서 그에게 바짝 매달렸다. 살과 살이 빠짐없이 밀착되고 뜨거운 열기가 휘몰아쳤다.

김진호는 서서히 허리를 움직였다. 산사가 몸부림을 치면서 그에게 매달렸다. 언제나 그렇듯이 산사가 먼저 절정을 향해 달려갔다.

“산사.”

그녀의 귓전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었다.

“산사는 행복해요.”

산사가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얼굴이 활짝 펴지고 혈색이 붉어진다. 사랑은 혈색마저 변화시킨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산사가 그에게서 떨어져 누웠다. 산사는 사랑을 즐길 줄 안다. 첫 번째는 체위를 바꾸어 사랑을 나누었다.

김진호는 가쁜 숨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사랑은 끝났다. 나란히 누워서 서로의 숨소리를 들었다. 방안이 어둠 속으로 침잠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집이 땅속으로 추락하는 것 같았다.

“진호씨.”

산사가 그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응?”

“우리 돈 많이 벌어요.”

“그래. 많이 벌자.”

산사를 가슴에 안았다. 산사가 그에게 안겨 눈을 감았다. 김진호도 눈을 감았다. 사방은 조용하다. 어느 집에선가 민가대회 방송소리가 들린다. 해마다 중국 여러 지방의 민요경진대회가 열리는데 이를 민가대회라고 부른다. 중국에서 최고로 버라이어티한 쇼다.

산사의 입술이 그의 가슴에 닿았다. 축축하게 젖은 입술이다. 그녀의 입술이 김진호의 유두 주위를 맴돌았다. 산사의 머리카락이 그의 가슴을 덮었다.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진다. 북경에 겨울비가 내릴 모양이다. 북경은 비가 그치고 나면 무섭게 추워질 것이다.

‘그래도 하얼빈보다는 덜 춥지.’

하얼빈의 추위는 무서웠다. 하얼빈에 겨울에 취재를 갔다가 혹독한 추위 때문에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었다. 영하 20도가 넘는 하얼빈의 추위는 김진호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잠이 안 와.”

산사가 김진호 위로 올라왔다. 사랑이 끝난 뒤에도 산사는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한다. 잠을 뒤채다가 두 번째 사랑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산사의 입술이 그의 입술을 덮었다. 산사의 매끄러운 혀가 그의 입술을 열고 들어왔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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