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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과 방과후 수업의 의무화- 황선준(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기사입력 : 2018-01-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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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대통령과의 청와대 간담회에서 저출산 대책의 한 방안으로 초등 1~4학년 학생이 오후 3시까지 방과후 수업을 의무적으로 받는 것을 추진하고 있으며 빠르면 이를 2019년부터 도입한다고 했다. 현재 요일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초 1~2학년의 정규수업은 1시에, 3~4학년은 2시에, 5~6학년은 3시에 종료되니 이 제도가 도입되면 모든 초등학생은 3시에 학교 수업을 마치게 된다. 위원회 관계자는 나아가 이것이 잘 정착되면 중장기적으로 방과후 수업을 정규수업으로 전환하고 오후 3시 이후는 방과후학교 또는 돌봄교실 형태로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도록 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 방안이 알려지자 학교현장과 학부모 그리고 교육단체들은 이를 무지의 소산 또는 탁상공론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교육부는 교육부대로 이와 관련된 내용은 위원회와 사전에 협의된 바가 없다고 발을 뺐다. 초등 1~4학년 방과후 수업의 의무화는 세 가지 점에서 중요하다.

첫째, 방과후 수업의 확대가 출산율을 제고할 수 있는가?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방향은 분명히 옳다. 여성들이 출산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일(work)과 아이를 키우는 삶(life)의 양립 불가능이다. 결혼과 출산으로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오늘날 여성들은 차라리 출산을 포기한다. 그래서 국가는 여성들이 출산을 하고도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유럽에서 이미 검증된 방안 중 하나가 유급 육아휴직제도이고 다른 하나는 양질의 저비용 공공 유아학교이다. 그리고 지금 논의되는 방과후학교가 그 세 번째 중요한 제도다. 스웨덴, 노르웨이, 프랑스 등 출산율이 우리나라의 두 배에 가까운 유럽 국가들은 오랫동안 육아휴직, 유아학교 그리고 방과후학교 제도 등을 통해 여성의 사회 진출을 보장해 왔다. 방과후 수업의 의무화는 다른 정책들과 함께 장기적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을 보장하여 출산율 제고에 기여할 것이다. 점차 여성의 사회진출이 남성과 동일한 맞벌이 부부 시대에는 방과후학교를 오히려 3시 이후로 늘려야 한다. 이때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권리와 유연근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가정에서는 부부간의 공동육아와 공동가사가 필히 병행되어야 한다. 출산율은 성평등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초 1~4학년 모든 학생이 의무적으로 방과후 수업을 받아야 하는가? 이는 방과후 수업을 의무교육으로 편입시키고 초 1~2학년 아이들도 오후 3시까지 수업 받는 것을 의미한다. 상당히 무리가 따르는 정책이다. 정규 교육과정이 아닌 방과후학교를 아이들에게 의무적으로 받게 하는 나라는 없다. 이는 분명 부모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데서 기인한다. 일부 부모는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싶고 다른 부모는 특정 분야에 아이의 재능을 키워주고 싶어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의무적으로 제공은 하되 의무적으로 받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신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의 다양화와 질 제고, 방과후 강사의 전문성 신장에 주력해야 한다.

셋째, 방과후 수업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현재 운영되고 있는 방과후학교에 대한 책임은 학교에 주어져 있다. 강사 채용, 강사료 지급 등 방과후 운영 전반의 업무와 그 외 수많은 행정업무로 인해 교사들은 본연의 업무인 수업과 학생 생활교육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업무 하다 틈 내서 수업한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방과후 수업이 의무화되고 만약 이것이 학교 책임으로 되면 교사의 행정업무는 더욱 가중된다. 현재 우리 교육에서 가장 선결되어야 할 문제가 교사들의 행정업무 경감을 통한 교원업무 정상화이다. 이를 위해 위원회가 말했듯이 지자체가 방과후 교육 및 돌봄 업무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출산율 제고는 현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며 나라의 존망이 달린 문제다. 정부 각 부처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정책으로 출산율을 제고하기 바란다.

황선준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