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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으로 조각하다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서 김종영 회고전

서예, 조각, 서화, 드로잉 등 작품180여점 전시

기사입력 : 2018-01-19 07:00:00


창원이 배출한 ‘한국 현대 추상조각의 선구자’ 김종영은 조각가면서 화가였고 서예가였다. 그가 생전에 남긴 작품은 230여 점의 조각과 3200여 점의 회화, 그리고 2000여 점의 서예다. 김종영의 작품 세계가 각(刻), 서(書), 화 (畵)를 모두를 아우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를 단순히 조각가로만 명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것이 김종영의 작품이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 펼쳐진 이유다.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이 ‘김종영-붓으로 조각하다’전을 열고 있다.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은 서예의 현대화를 모색하는 연중기획 ‘20세기 서화미술거장’의 첫 번째 인물로 김종영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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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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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절 ‘청야음(淸夜吟)’

이번 전시는 그간 묻혀 있던 김종영의 서 (書) 세계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총 6개 섹션으로 이뤄진 전시는 서(書)로부터 ‘불각(不刻)의 미’로 불리는 그의 조각 세계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서예, 조각, 서화(書畵), 드로잉, 사진, 유품 등 180여 점이 걸렸다.

두 번째 섹션 ‘초월을 잉태하다-나의 살던 고향은’에서 만날 수 있는 그의 유년기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명문 사대부 가문에서 태어나 창원 소답동 생가에서 어린 시절부터 조부로부터 한학과 서예를 배웠다는 사실은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창원 생가 사진과 함께 별채인 사미루(四美樓) 현판과 별채에 내걸렸던 다수의 시판, 그의 부친과 영향을 주었던 선조들의 글씨를 볼 수 있다.

다섯 번째 섹션 ‘역사와 실존의 대화’는 김종영의 작품을 보다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다. 김종영은 생전 추사 김정희를 스승으로 삼고 추사의 글을 즐겨 감상했다. 추사의 ‘완당집고첩’에 등장하는 ‘유희삼매(遊戱三昧)’를 쓴 글과 그림을 곁들인 서화, 겸재 정선의 ‘금강산만폭동도’를 재해석한 그림은 그가 50대에 완성한 작품들이다. 그간 이룬 작품 세계에서 다시 전통 서화로 회귀해 자신을 성찰한 점은 그가 자신의 작품 뿌리를 어디에 두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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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7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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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유년시절과 청년기를 지나 중년에서 황혼까지, 섹션을 따라 전시를 감상하다 보면 그의 글씨가 그림, 조각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글씨에서 선의 흐름이 돋보이는 드로잉을 지나면 마침내 ‘불각의 미’로 불리는 조각 작품들과 닿는다. 조각 곳곳에서 드러나는 자연주의, ‘깎되 깎지 않는다’는 그의 철학이 서(書), 화(畵)와 맥을 같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2월 8일까지 이어진다. 김세정 기자 sj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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