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한국당 의원, 경남도지사 잇따라 불출마 왜?

[이상권 기자의 여의도 한담]

여론조사 1위 김경수 의원 ‘효과’

기사입력 : 2018-01-22 07:00:00


“격세지감이다. 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던 시절엔 서로 출마하려고 난리였는데. 이젠 공천한다고 해도 안 나간다니….”

자유한국당 박완수(창원 의창구) 의원이 6·13 지방선거에 도지사 불출마를 선언하자 도내 한 의원이 내뱉은 말이다.

한국당에서 경쟁력 있는 도지사 후보로 꼽힌 이주영(창원 마산합포구) 의원에 이어 박 의원까지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이런 경우는 드물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김경수 의원 효과’를 원인으로 꼽는다.

김 의원이 출마를 언급한 적은 없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경남지사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한국당 현역 의원들이 경쟁을 피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국회의원 자리나 지키자’는 속내로 읽힌다.

이주영 의원은 홍준표 대표의 도지사 출마 권유를 뿌리치고 당 원내대표에 도전했다가 낙마했다. 이 과정에서 둘 관계는 틀어졌다.

메인이미지

홍 대표는 박완수 의원을 지사 적임자로 공론화했다. 박 의원은 지난 14일 언론에 불출마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당초 시민과 약속한 국회의원직을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 당에는 나보다 훌륭한 인재가 많고 경남지사 선거에서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홍 대표는 최측근인 윤한홍(창원 마산회원구) 의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낙점 여부가 미지수인 가운데 윤 의원은 이달 중 출마 여부를 밝힐 것이라고 했다.

윤영석(양산갑) 의원은 경선을 한다면 도전할 생각이다. 하지만 홍 대표는 경남지사 후보는 전략공천으로 뽑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원외 인사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안홍준 전 국회 외교통일통상위원장이 도내 행사장을 찾아서 뜻을 알리는 가운데 김영선 전 대표최고위원은 시·군을 돌면서 정책을 알리고 있다.

진해에서 3선 의원과 도로공사 사장을 지낸 김학송 전 국회 국방위원장 지지자들이 최근 ‘경남조아 김학송 조아’라는 밴드를 개설했다. 18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김 전 의원은 “더 나은 경남, 여러분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사 출마를 시사하는 듯한 인사말을 올렸다. 지난해 연말 중국에서 귀국한 김태호 전 의원도 후보군에 거론된다. 김 전 의원은 21일 전화통화에서 “지사 출마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 없다”고 했다. 의령 출신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영입설도 나온다.

민주당 후보군의 셈법도 분주해지고 있다.

이주영·박완수 의원이 불출마 의사를 밝힌 만큼 굳이 김경수 의원이 출마하겠냐는 논리다. 민홍철(김해갑) 의원, 공민배 전 창원시장, 권민호 거제시장 등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정권 교체 후 상징적 의미가 큰 경남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필승카드’로 거론되는 김 의원의 출마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꾸준히 나오는 데다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현재진행형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지방선거에서 경남·울산·부산·대구·경북 등 영남권 5곳에서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다. 이번엔 영남권 광역단체장 당선자를 낸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특히 경남과 부산을 가장 가능성 높은 지역으로 꼽고 있다.

최근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6월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친노·친문인) 전해철·박남춘·김경수 의원이 (각각 경기·인천·경남) 민주당 경선에 나올 텐데 나의 출마는 나중에는 오히려 문재인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김경수 의원의 지사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민주당에서는 한국당 의원들의 불출마 배경을 의심하는 눈초리도 없지 않다.

경쟁력이 높은 김경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 다른 후보가 낙점되는 순간 한국당으로서는 최대 경쟁 상대가 사라지는 만큼 이주영·박완수 카드를 다시 꺼낼 수도 있다는 가설이다.

선거는 상대적이다. 여론향배와 중앙당 방침 등 유동적인 정치상황에 ‘출전선수’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병법 36계 가운데 ‘암도진창(暗渡陳倉)’이 있다. 아무도 모르게 건너가(暗渡) 진창(陳倉)을 기습 점령한다는 의미로 적을 안심시켜 다른 곳을 공격하는 전략이다. 선거는 정치세력의 사활이 걸린 전쟁터다. 어떤 술수가 나올지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렵다.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상권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