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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58년 개띠와 94년 개띠- 신정혜(남해마늘연구소 총괄연구실장)

기사입력 : 2018-01-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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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가 연배를 따질 때는 출생연도나 띠를 이야기하곤 하는데 유독 ‘58년 개띠’는 출생연도와 띠를 붙여서 고유명사처럼 쓰고 있다. 주변에 내가 아는 58년 개띠는 다섯 손가락을 채우지도 못하는데도 막연한 친근감을 주는 그들은 60년을 잘 살아내고 회갑을 맞이했다.

실제 우리의 현대사에서 58년 개띠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명사이면서 여러 격동의 시간을 보냈다. 어떤 이는 ‘현대사의 낀 세대’라고 표현을 하기도 하지만 알게 모르게 급변하는 대한민국을 살아낸 대표적인 세대인 것이다. 전쟁을 끝내고 인구가 급증하던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로 한 해 출생인구가 90만명에 달하는 1958년생들은 사람이 넘쳐나는 시기를 살았다. 교실당 60~70여명에 달하는 콩나물시루 같은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고등학교 입학에서는 ‘고등학교 평준화 제도’가 적용되면서 소위 ‘뺑뺑이’ 시작의 혜택을 보기도 했다.

성년이 되면서는 유신정권에서 제5공화국이 탄생하는 10·26과 12·12를 경험하고 학생운동을 주도하기도 하였다. 연 10%대의 초고속 성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끈 주역들로서 어렵지 않게 취업을 했으며 분당·일산 신도시의 직접 수혜를 받는 등 경제성장과 더불어 부(富)를 축적할 기회를 가지기도 했고, 40대에는 IMF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조기퇴직과 정리해고로 고통을 겪기도 했다. 직장에서 중간 간부가 됐을 때는 컴퓨터의 보급과 디지털화를 맞아 독수리 타법이라도 익혀야 했지만, 일부는 60세 정년 의무화로 58세의 퇴직을 미루는 혜택을 보기도 했다.

한마디로 인생의 단맛, 쓴맛이 모두 담긴 롤러코스터를 타며 60년을 살아온 것이다. 현재 76만4000여 명에 달하는 58년 개띠들은 대부분이 은퇴했다. 자신들은 당연히 부모님을 부양했어야 하지만 자녀들의 부양을 바라지는 못하고, 은퇴 준비는 충분치 못한 상태에서 100세 시대의 남은 40년을 살아가야 한다.

58년 개띠들의 자녀세대쯤 되는 82년 개띠는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났다. 하지만 이들이 사회에 나오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은 심각한 청년 실업으로 20대의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이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용어였고,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딘 후 급변하고 있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디디기 시작하는 94년 개띠들은 71만명 정도로 이들 중 80%가 대학에 진학해서 우수한 경제인구로 자라주었다. 하지만 이들은 2%대의 낮은 경제성장률 속에서 초고속으로 고령화 사회를 향해 가고 있는 시대를 살아야 한다. 정년 연장과 최저임금 적용으로 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을 꺼리고 있어 정규직으로의 취업문은 더 좁아진 상태다. 정부가 고용을 늘리고, 안정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에 비해 청년들이 느끼는 현실은 더 퍽퍽할 것이다.

경제 성장기에는 개인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잠을 줄여 일하고, 열심히 하면 인정을 받았고, 성취를 했고, 아끼고 저축하면 내 집 한 칸은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학자금 대출까지 얻어가며, 스펙 열심히 쌓아 대학을 졸업하지만 취업 자체가 힘든 지금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성취하는 데는 한계가 생겼다. 노인 복지도 늘려야 하고, 고용도 늘려야 한다.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모두가 행복한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58년 개띠도, 94년 개띠도 모두 힘겨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자신에게는 격동의 시대에 살고 있다.

주변을 넘어 세대를 아우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힘들수록 힘을 발휘하고, 주위를 돌아보는 우리 국민의 저력을 발휘해서 조금씩 양보하고 협력해야만 모든 세대가 편안한 미래를 열 수 있다. 이제 막 시작된 무술년(戊戌年)을 진짜 빛나는 황금개띠 해로 만들어 보자.

신정혜 (남해마늘연구소 총괄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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