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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지방분권 개헌 서명운동과 지방선거- 허승도(논설실장)

기사입력 : 2018-02-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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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의 여야 프레임은 어떻게 가져갈 것 같습니까? 최근 한 여론조사 전문가로부터 받은 질문이다. 민주당은 ‘개헌약속에 대한 중간평가와 지방분권’,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중간평가와 보수 집결’로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최근 지방선거를 향한 여야의 스탠스를 보면 이 같은 전망이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기자간담회를 통해 개헌은 지난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여야 후보들의 약속이었다며 지방선거와 개헌투표 동시 실시를 거듭 요구한 데서 향후 민주당의 선거 전략을 읽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3월 중으로 국회에서 여야가 개헌안에 대한 합의를 못할 경우, 국민과 국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한의 개헌을 정부안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의 개헌은 여야 합의가 힘든 권력구조 개편을 빼고 지방분권과 기본권 강화를 골자로 하는 개헌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여야 함수관계를 잘 분석해야 한다. 정부에서 개헌안을 발의했을 때 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개헌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의석이 118석으로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넘어 정부의 개헌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나 민주당에서 이 점을 잘 알면서도 국회에 3월을 마지노선으로 정해 놓고 개헌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갖춘 이유는 분명하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한 개헌 추진 약속을 지켰다는 명분과 함께 이미 이슈를 선점한 지방분권을 중심으로 지방선거 프레임을 짤 수 있다는 계산일 것이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이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약속한 뒤 전국에서 불고 있는 지방분권 개헌 요구도 지방선거에 십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을 것이다. 현재 여야 소속 정당을 떠나 시도지사협의회, 시도의회의장협의회,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등 지방자치와 관련된 단체에서 ‘지방분권 개헌 1000만인 서명운동’에 나섰고 경남에서는 도청을 비롯해 주민센터에서 서명운동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분권 개헌의 당위성을 제쳐두고 본다면 ‘관권선거운동’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모양새지만, 지방의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위해서 지방분권의 호기를 놓칠 수도 없고, 놓쳐서도 안 되기 때문에 서명운동을 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흐름을 민주당에서 이미 지방선거에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자치분권개헌경남본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구성원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단체장, 시군의원이 대부분으로 당의 특별위원회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앞으로 이 본부를 중심으로 분권 개헌 서명활동이 정략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지방분권에 대한 욕구가 분출되고 민주당에서는 지방선거에서 이를 이용할 움직임이 보이는데도 한국당에서는 개헌 시기를 지방선거 후로 미루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홍준표 대표는 “개헌을 하지 않아도 지방분권이 가능하다”며 분권개헌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정태욱 대변인도 “이번 개헌의 목적이 지방분권이 아니다”면서 지방분권 개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 ‘지방분권 개헌 반대’가 한국당의 당론인 것 같다.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분산시키는 권력구조 개편이 이번 개헌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현 시점에서 지방분권 개헌에 반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지방의 정서를 몰라도 너무 모른 결과로 보인다. 지방선거에서 유불리를 떠나 지방분권 개헌은 막을 수 없는 대세다. 한국당에 ‘훈수’를 둔다면, 지방선거를 위해서라도 지방분권 개헌 반대 당론을 접고 개헌 논의에 적극 나설 것을 권하고 싶다.

허승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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