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성산칼럼] 대입제도를 생각한다- 배종일(대신회계법인 공인회계사)

기사입력 : 2018-02-08 07:00:00
메인이미지


통계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지구상에는 대략 240여개의 국가가 있다. 이렇게 많은 국가 중에서 대학입시제도의 난해함과 복잡함은 아마도 우리나라가 1등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구체적으로 하나씩 따져 본다면 대략 3600여 가지의 입학전형이 있다고 한다.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이 대략 320여개 정도 되고 여기에 각 대학마다 10가지의 전형방법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3200가지의 전형방법이 있게 되는 것이다. 정말로 대단하다는 말 이외에는 그 어떤 표현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자녀를 대학에 진학시키려는 학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부모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의 전형방법에 대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정보를 구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비단 학부모만 하는 것이 아니다. 수험생 본인은 더 열심히 자기의 실력에 맞는 전형방법을 열심히 연구해야 한다.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과 함께 대입전형 방법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점수, 표준점수, 백분위와 같은 용어들은 지금 현재 우리나라가 대학입시에 사용하고 있는 전문용어들이다. 점수면 점수이지 왜 이렇게 다른 기준을 만들어야 할까? 물론 그러한 제도와 용어를 만든 사람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최대한 공평한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으로 공평한 결과가 완전히 달성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주변에서 고등학교 내신 성적과 수능점수가 낮은데도 불구하고 전형방법을 잘 이용해서 자기 실력보다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한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을 따라오지 못한다거나 기초적인 실력 부족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나는 종종 우리나라의 대학입시 제도를 조각 천으로 이리 저리 기워서 억지로 만든 누더기 옷에 비유하곤 한다. 실제 대입제도를 옷으로 만들 수 있다면 아마도 틀림없이 그런 모양의 옷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이상한 옷이 되었을까? 필연적으로 경쟁이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경쟁을 줄이거나 없애보려고 한 것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러한 생각의 바탕에는 학부모들의 사교육비를 줄여 주겠다는 커다란 목표가 있음은 당연하다. 참으로 고맙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경쟁사회에서 경쟁을 없애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마찬가지로 경쟁을 줄이기 위한 어떤 정책도 효과는 없다. 그것이 자본주의의 원리다.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보다 우월한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경쟁을 인정하고 치열한 경쟁을 통하여 개인과 사회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부모의 호주머니를 생각한 경쟁완화정책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또 다른 경쟁을 만들게 되고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부모의 마음이 그렇기 때문이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이것은 진리에 가까운 말이면서 인간세상의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적 발견 중 하나라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알파벳 3개로 만든 것이다. 단순하지 않은가? 상품의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화려하고 복잡한 선을 이용한 디자인은 처음 보기에는 아름답다고 느낄지라도 금방 질려버린다. 그러나 단순한 선을 이용한 디자인은 일시적으로 눈길을 유혹하지는 않지만 볼수록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단순해야만 이해가능하고 오래갈 수 있다. 대학입시 제도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 단순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형태의 대학입시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며칠 전 대입전형제도를 다시 손질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번에는 제발 단순하면서도 오래갈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지길 희망해 본다.

배종일 (대신회계법인 공인회계사)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