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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경제 정책들의 상충- 복거일(소설가·사회평론가)

기사입력 : 2018-02-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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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려워지면 가난한 사람들이 먼저 큰 고통을 겪게 마련이다. 일자리가 불안한데 저축도 적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유난히 추운 겨울에 가난한 사람들이 큰 고통을 겪는 모습은 둔중한 아픔을 남긴다. 이어 그런 고통이 경제의 침체 때문이 아니라 현 정권의 어리석은 고집에 의해 초래되었다는 생각이 분노의 불길을 댕긴다.

현 정권은 일자리 늘리기를 으뜸으로 꼽았다. 그러다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자 슬그머니 ‘적폐 청산’을 앞자리에 내세웠다. 문제는 현 정권의 정책들 가운데 여럿이 일자리를 갉아먹는다는 사실이다. 현 정권은 공무원을 갑자기 늘렸다. 그러나 늘어난 공무원들이 생산하는 가치는 크지 않다. 그들의 봉급은 세금에서 나오는데, 세금을 걷어서 쓰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따른다. 이윤이 줄어든 기업들은 고용을 줄이니, 궁극적으로 일자리와 사회적 가치가 함께 줄어든다.

비정규직들을 강제로 정규직으로 만드는 정책도 일자리를 줄인다. 비정규직을 쓰는 기업들은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하는데, 그것을 막으니 시장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셈이다. 당연히 일자리가 줄어든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은 특히 나쁜 영향을 미쳤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오른 임금을 줄 수 없는 일자리들이 사라진다. 따라서 최저임금제는 일자리를 잃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으로 보다 부유한 사람들이, 특히 높은 임금을 받는 대기업 노동자들이 이득을 보도록 한다. 그래서 최저임금제는 부도덕한 제도다. 강력한 노동조합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현 정권은 최저임금을 크게 올렸고,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일자리들이 많이 사라졌다.

경쟁력이 있고 유망한 원자력 발전 산업을 단숨에 황폐하게 만든 ‘탈원전’ 정책도 두고두고 일자리를 줄일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들의 폐쇄로 인한 전기 부족과 가격 상승은 기업의 비용을 올리고 경쟁력을 약화시켜서 앞으로 더욱 일자리를 줄일 것이다.

세율을 크게 올린 것도 문제다. 위에서 살핀 것처럼, 세금을 거두어 쓰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서, 세금이 늘어나면 사회의 효율이 낮아지고 일자리가 줄어든다. 특히 법인세의 인상은 전략적으로도 어리석으니, 기업들이 들어오지 않고 해외로 나간다. 미국을 비롯해서 거의 모든 나라들이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낮추는데, 우리나라만 그런 추세에 역행한다. 가장 근본적 문제는 노동조합 쪽으로 너무 기운 현 정권의 노동정책이다. 노동조합의 독점적 지위는 시장의 정상적 움직임을 방해한다. 그래서 모든 경제학자들이 ‘노동 시장의 유연화’를 경제 개혁의 핵심으로 꼽는다. 우리 사회에선 노동법이 비정상적으로 노동조합에 유리할 뿐더러 그런 법마저 노동조합의 ‘직접 행동’에 흔히 무너진다. 이처럼 편향되고 경직된 노동시장은 고용을 크게 줄인다. 게다가 줄어드는 일자리들은 주로 대기업들의 하청업체들에 있어서, 부정적 영향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 입는다.

일자리가 갑자기 줄어든 것은 현 정권의 정책들이 고용에 해롭기 때문이다. 정책들의 상충을 해결하지 않고선 일자리가 늘어날 수 없다. 물론 그것은 풀기가 무척 어려운 문제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에서 좌파 정당들은 모두 노동조합의 정치부서(political arm)였다. 특히 현 정권은 노동조합의 적극적 지원으로 집권했다. 따라서 현 정권은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정책들을 추진해야만 하고 반대하는 정책들은 실행할 수 없다. 최저임금제가 부른 갖가지 부작용들을 확인하고도 그것을 수정하지 못하는 데서 그 점이 잘 드러난다. 노동시장의 개혁은 물론 꿈도 꾸지 못한다. 자신을 위해서라도, 현 정권은 어리석은 정책들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그리고 검증된 처방들을 따라 일자리를 지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권력기관들과 언론매체들을 장악해서 시민들의 판단에 영향을 주려는 전략만으로는 시민들의 지지를 얻는 데 크게 부족하다.

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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