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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경남 콘텐츠산업은 걸음마 수준

거제 ‘VR영화’·창녕 ‘우포 캐릭터’ 있지만

지난해 정부지원금 996억원 중 경남·울산 1%도 못받아

기사입력 : 2018-02-20 22:00:00

문화콘텐츠 산업이 굴뚝 없는 공장으로 평가받으며 차세대 고속성장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PWC 글로벌 문화산업전망보고서에 의하면 2007년 콘텐츠 산업의 시장규모는 1조7000억달러로 반도체·자동차산업을 앞질렀다.

기존의 제조업, 서비스업 중심의 세계 경제에서 문화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에서도 문화콘텐츠 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콘텐츠산업 중장기 육성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에 인프라와 예산이 집중돼 있어 경남에는 사실상 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가 전무한 실태다. 도내 콘텐츠산업의 현주소와 전망, 해결 과제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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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내 오감만족형 VR체험장에서 직원들이 VR 체험을 하고 있다.



#거제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VR콘텐츠가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진흥원)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후 진흥원이 주관하고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와 민간이 공동으로 제작 개발에 나섰다. 이들은 ‘거제도 제3전선’이라는 이름으로 6·25전쟁 당시 약 18만명의 포로가 수용돼 있던 포로수용소 막사를 재현하고 돗드 준장 피랍사건을 얼개로 구출작전을 가상현실로 만들었다. 특히 VR과 시뮬레이터, 3D오디오시스템과 결합한 오감만족형 체험콘텐츠로 완성돼 주목을 받았다. 이 콘텐츠는 VR영화로 확장해 서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상영되는 성과를 거뒀다. 시뮬레이터(모의 장치) 기반 VR콘텐츠는 서울 인터파크 블루스퀘어 네모홀에서 체험할 수 있다.

#창녕 우포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오르골 제작 사업은 세계 시장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우포늪 소리와 디자인을 담은 이 오르골 사업은 지자체와 민간기업, 지역 주민, 예술인 등이 함께 참여하는 전형적인 지역공동체 사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 오르골은 우포늪에 귀촌한 우창수 가수의 노래 멜로디로 만들어지는데, 오르골에 그의 노래가 담기게 되고, 오르골의 외형은 창녕의 도예가 손에 빚어진다. 오르골을 만드는 디지노마드 윤정일 대표는 우수 지역특화 콘텐츠 개발 공로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고, 이 사업은 지난해 ‘넥스트 콘텐츠 페어’에서 사업화 유망 콘텐츠로 뽑히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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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일 (주)디지노마드 대표가 창녕군 유어면 사무실에서 양파와 따오기로 만든 캐릭터 ‘따따’와 오르골을 보여주고 있다./경남신문DB/



◆문화콘텐츠산업 성장과 국내 현황= 문화콘텐츠산업이란 기본적으로 인문사회와 문화예술을 텍스트로, 기술기반 경쟁시장을 콘텍스트(Context)로 하는 지식기반 융합산업을 말한다. 콘텐츠산업은 성장 속도가 빠르고 시장규모가 큰 산업으로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문화적·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산업으로 해외시장 진출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를 반영하듯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2월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콘텐츠 산업 중장기 정책 비전’을 발표했다. 문체부는 이번 정책 비전을 마련하기 위해 2017년 7월부터 학계, 업계 등 전문가 약 130명과 분야별, 기능별로 16개 분과를 구성해 4개월간 논의를 거쳤다. 콘텐츠 산업 중장기 정책은 ‘사람이 있는 콘텐츠, 함께 성장하는 산업’ 비전 아래 3대 기본 방향, 7대 전략, 26개 추진과제로 구성됐다.

콘텐츠산업은 최근 5년간 연평균 4.9% 성장해 지난해 매출액 100조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대기업·유통사업자의 불공정한 관행, 90% 이상이 매출 10억원 미만 영세기업으로 구성된 양극화 구조 등 위기도 상존했다. 수도권에 집중된 인프라가 지역으로 뻗어가야 한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문체부의 2016년 콘텐츠산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콘텐츠 기업의 56%가 수도권에 몰려 있고, 이들 기업의 매출액이 국내 콘텐츠산업 전체 매출액의 87%를 차지했다.

정부에서 내놓은 목표를 살펴보면 매출 10억 이상 기업수를 종전 8200개(2015년 기준)에서 2022년까지 1만개로 늘리고 콘텐츠산업 성장률도 6%(2022년)대로 끌어올리며 지역 콘텐츠산업 매출 비중은 기존 36%(2015년)에서 45%(2022년) 달성할 예정이다.

◆경남 콘텐츠산업의 현주소= 콘텐츠산업에 이제 막 기지개를 켠 경남엔 관련 인프라가 거의 없어 매출 신장이나 인재 양성은 꿈 같은 이야기다. 출판, 게임, 방송, 영화 등 문화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 지원금이 수도권에 편중돼 집행되기 때문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곽상도 의원이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 ‘최근 3년간 한국콘텐츠진흥원 국가보조금 지원 사업 전국 17개 시·도별 현황’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총 996억9100만원의 콘텐츠사업 국가보조금 예산 가운데 65%인 647억4600만원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지원됐다. 경남을 비롯한 울산·세종·충북·충남지역은 1%가 채 안 됐다.

콘텐츠산업의 지역 확산 추진의 일환으로 2014년 5월 대학로 콘텐츠코리아랩이 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경기, 충남, 전북, 전남, 경북 등 10곳에 관련기관이 조성돼 있다. 이밖에 콘텐츠기업 육성센터 2곳, 지역 스토리랩 12곳, 웹툰창작체험관 7곳, 음악창작소 7곳, 글로벌게임센터 8곳, 영상미디어센터 39곳, 작은영화관 24곳, 콘텐츠산업 유관기관 18곳 등의 인프라가 전국에 구축돼 있다. 이 가운데 경남엔 창원 제3공장에 위치한 풀무 웹툰 창작체험관과 김해에 있는 영상미디어센터 정도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 인구나 산업 규모와 비례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역 창업 및 콘텐츠산업 생태계 현황표에 따르면 경남은 창업에 대한 인식이 전국 3위로 높지만 지역 창업 잠재력은 14위, 지역 내 콘텐츠 매출액 입지계수 11위, 지역 내 콘텐츠 사업체 입지계수 14위, 지역 내 콘텐츠 종사자 입지계수 13위 등 전체적으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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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콘텐츠산업 컨트롤타워 필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육성센터 조성이 최우선 과제다. 진흥원에서 콘텐츠사업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이에 진흥원은 경남 지역의 전통과 스토리를 활용한 콘텐츠 발굴·육성을 위해서는 경남 콘텐츠기업 육성센터 조성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성주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은 지난해 12월 창원에서 열린 ‘경남 콘텐츠 콘퍼런스’에서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과 콘텐츠 생태계 조성을 위해 거점 육성센터가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 올해 사업 공고가 뜨면 공모에 도전해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비공모에는 국비와 지방비 1대 1 현금 매칭이라는 큰 산이 남아 있다. 진흥원 관계자는 “지난해 지역 거점형 콘텐츠기업 육성센터 조성사업을 따낸 모 지자체의 경우 지자체단체장이 프레젠테이션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어필해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땄다”면서 “경남도와 시군에서 적극적으로 공모에 뛰어들어야 유치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경남에 지역 거점형 콘텐츠 인프라가 생기면 어떤 점이 좋아질까? 진흥원은 콘텐츠분야 초기창업기업(검증된 기존 실적 요건)을 대상으로 창업 이후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 중이다. 공간 입주나 법률, 회계 등 멘토링하는 인큐베이팅 정도를 돕는 셈이다. 콘텐츠기업 육성센터 유치 땐 학력, 경력 등 스펙에 제한 없이 아이디어 생성 단계부터 지원이 가능하다. 장르 간, 산업 간 융합이나 협업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창작·교류·실험부터 콘텐츠 특화 멘토링, 인큐베이팅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 단계에 걸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역 콘텐츠 종사자 A씨는 “부산이나 수도권은 장비를 빌리거나 인력을 구하러 가지 않아도 되니 부럽다”며 “지역의 우수한 문화콘텐츠를 활용하려면 인프라와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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