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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불처럼 번진 ‘미투’ 한 달… 사회가 바뀌고 있다

서지현 검사 폭로 후 사회 전반 확산

인식 전환·성평등 사회 계기 마련

기사입력 : 2018-03-04 22:00:00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촉발된 ‘미투(me too)’ 운동이 펼쳐진 지 한 달이 지났다.

서 검사를 시작으로 한 미투 운동은 지난 한 달여 사이 이윤택 전 밀양연극촌 예술감독과 조증윤 김해 극단 번작이 대표 등 경남 연극계의 성폭력 사태로 불거진 뒤, 대학 교수의 성추행에 대한 폭로도 나오면서 대학가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전국적으로는 법조계에서 문화예술계, 연예계, 학계, 종교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미투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사회 전반에서 미투 운동이 확산하는 것과 관련, 성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와 함께 피해사실 폭로 이후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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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창원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장은 “지금 목소리를 낸 피해자는 얼마 안 된다고 본다”면서 “조직 내에서 피해사실을 폭로하기는 2차 피해 등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는 현실이다. 지역 연극계나 대학가 등에서 먼저 파장이 확산된 것도 아무래도 현재 같은 조직생활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이러한 조건의 피해자들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어 “사회가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계기는 충분히 마련됐다”며 “사회 전반의 인식이 변해야 하겠지만 특히 권력을 가지고 있는 기득권의 인식전환이 시급히 이뤄져야 물이 아래로 흐르듯 빨리 사회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내 여성계를 비롯한 사회단체 등에서는 피해 여성을 응원하는 위드유(With You, 당신과 함께) 운동을 시작한 이후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안일규 경남시민주권연합 정책위원장은 “사건 폭로보다 피해자 보호방안 마련 및 제도 개선으로 운동방향을 잡았다”면서 “지금 폭로성 보도자료를 발표하는 것보다는 성폭력 범죄의 공소 시효 폐지 등 현재의 미흡한 법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경옥 경남여성단체연합 여성정책센터장은 “그간 권력의 구조와 성차별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가해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면, 이제야 가해자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사회가 바뀔 여지가 마련된 것이다”면서 “미투 운동이 유행처럼 지나간다면 성폭력 문화는 절대 뿌리뽑히지 않을 것이다. 여성단체는 국회 등에서 논의되거나 관련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현재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관련 캠페인과 기자회견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미투나 ‘위드유(With you)’ 운동에 대한 국민적 반응도 긍정적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달 19~22일 미투 및 성폭력에 대한 국민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20~50대 성인남녀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국민 88%가 미투와 위드유 운동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투 운동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총 5개 모든 항목에서 동의 비율 75% 이상으로 나타났으며, 그중 ‘우리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움’이 가장 많은(89.3%) 응답자들의 동의를 받았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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