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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문학을 읽어내는 시인, 그 청춘의 기록

본지 김유경 기자, 온라인 기명코너 '일상탐독' 책으로 발간

자신의 일상, 시·소설 등과 함께 풀어내

기사입력 : 2018-03-09 07:00:00


본지 김유경 기자가 2015년부터 올해 초까지 지면과 온라인에 실었던 기명코너 ‘일상탐독’과 동명의 책을 펴냈다.

신춘문예 출신 시인이 시집보다 앞서 내놓은 산문집이다. 반복되는 나날을 살아가는 일상은 친숙하다는 이유로 잊히기 십상이다. 저자는 일상을 놓치지 않고 햇수로 4년 동안 보고 들은 것을 문학에 빗대어 느꼈고, 느낀 것을 글로 옮겨왔다. 그 가운데 30편이 독자들과 다시 눈맞춤을 할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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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풍부한 사색과 색다른 감성의 컬래버레이션이 돋보인다. 허만하 시인은 “김 시인의 이 책은 시와 산문의 경계에 서서, 일상을 발견하려는 시선으로 우리의 나날을 바라보고 있다. 그 시선은 강단 있고 풍부한 생을 사는 일을 독자와 함께 탐색하려는 결의에 빛난다”고 평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작가는 “다시 꺼내어보니 어떤 글은 무척이나 부끄러웠고 어떤 글은 제 것이 아닌 양 낯설었다. 흩어진 글을 한데 묶는 과정은 내게도 난생처음, 나름의 결단이 필요한 작업이었으나 감사하게도 무사히 마쳐 드디어 일상탐독이 ‘책’이라는 운명을 지니게 됐다”고 말했다. ‘무사히’ 책을 펴내게 됐다는 저자의 말이 무색하게 책에는 무심히 지나칠 일상을 깊이 있게 풀어낸 내용이 자못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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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출퇴근길에 옛 연인의 집앞을 지나며 느끼는 상념을 박완서의 소설 ‘그 남자네 집’을 통해 드러낸다. “‘그 남자네 집’엔 ‘그 남자’가 살고 있지 않지만 이따금 어떤 간절함이 배어 있는 눈으로 그곳을 올려다보는 것은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을, 한때 그와 내가 나눠 가졌던 애끓는 순수, 그것에 대한 깊은 애도다”라는 작가의 글을 읽고 싱그럽던 그때의 ‘그 남자’를 떠올리는 건 비단 나뿐일까. 책 사이사이 풀어놓은 작가의 개인사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에 대해 정일근 시인은 김 시인을 “느릿느릿 걷다가 먹잇감을 발견하면 공격적이 되는 고양이 같이 글을 쓴다”고 표현했다. 신문기자라는 직업적인 영향에다 시인의 깊이 있는 시선이 더해져서다.

작가는 글을 쓰는 일을 업(業)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또 다른 형태의 글을 쓰고자 마음먹은 이유가 뭘까. 작가는 “문학은 늘 지체 높은 귀부인과 같아 먼발치에서, 그러나 가까워지고 싶은 흠모 속에 나를 살게 했다. 일상과 문학을 접점으로 찾아 함께 글을 쓰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여러분의 일상과 나의 일상이 겹치는 미세한 접점에서 우리의 만남은 이미 완벽했고, 때문에 이미 완성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통해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일상을 나눌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글을 돋보이게 하는 그림은 전영근 전혁림미술관 관장의 작품이다. 김 시인의 글과 전 화백의 그림이 어우러져 읽는 맛에 보는 맛을 더한다. 그녀의 에피소드를 이끈 한강, 최영철, 서영은, 정호승, 박서영, 다자이 오사무 등 시와 소설, 국적과 시대를 막론한 좋은 글을 만나는 것은 덤이다.

그녀의 책과 눈맞춤할 수 있도록 기꺼이 그녀의 글감이 되어 준, 사랑했고 미워했던 모든 이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김유경 글·전영근 그림, 불휘미디어, 1만6000원.

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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