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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농담과 망발- 김진호 정치부 부장대우

기사입력 : 2018-03-12 07:00:00


‘BBC 위대한 영국인 100인’에서 1위를 차지한 윈스턴 처칠(1874~1965년)이 상대로부터 존경을 받고 반감을 사지 않았던 이유는 위트 있는 부드러운 유머감각 덕분이었다. 처칠의 유머는 마치 전차가 포탄을 쏘아대듯 순발력과 타이밍, 힘이 넘쳐났다. 어려운 정치현안이 여야 입씨름으로 번져 혼잡한 때일수록 그의 유머 정치력은 빛을 발했다.

▼언젠가 영국 의사당에서 처칠의 늦잠 자는 버릇이 의원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반대당 의원이 “위스키나 마시고 오전 내내 잠자리에 있는 처칠에게 영국을 맡길 수 없소!”라고 공격하자 처칠은 “당신도 나처럼 예쁜 마누라하고 살아봐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거요. 대신 다음부터 회의 전날 밤에는 아내와 각 방 쓰겠소”라고 재치있게 응수했다. 이후 험악한 상황은 종료됐다. 난처한 상황을 극복하게 해주고 어색한 관계를 회복시켜주는 것이 바로 유머의 힘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청와대 오찬회동 자리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만나 악수한 뒤 “미투 운동에서 무사한 걸 보니 천만다행”이라는 인사를 건넸다. 이에 임 실장도 지지 않고 “대표님도 무사하신데 저도 무사해야 하지 않겠냐”고 맞받았다. 홍 대표는 또 “안희정이 그렇게 되니 무섭다. 안희정 사건 터지니까 밖에서는 임종석이 기획했다고 하더라”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후 망발 논란이 일자 홍 대표는 “농담이었다”며 물러섰다.

▼경남도지사를 지낸 홍 대표는 지난 9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자곡동 경남도 재경기숙사인 ‘남명학사 서울관’ 개관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면서 “남명(南冥)정신이 사라진 지금 경남의 정신이고 대한민국의 정신이 돼야 하겠다는 뜻으로 남명학사라는 이름을 직접 지었다”고 말했다. 참 선비정신인 남명정신은 끊임없는 자기 수양을 통해 올바른 인격을 갖춘 실천적 지성인으로 거듭나라는 것이다. 홍 대표가 이날 남명정신을 언급한 것처럼 정치권의 각종 발언이 보다 정제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김진호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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