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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개헌안, 지방분권 의지 약하다

기사입력 : 2018-03-15 07:00:00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정부 개헌안 초안에는 지방분권 조항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초안 전문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정해구 자문특위 위원장이 언론에 밝힌 내용을 종합하면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대폭 강화한다는 선언적 의미만 담고, 지방분권 개헌의 핵심인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은 법률에 위임한다는 것이다. 헌법에 지방자치와 분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구체적 조항을 넣지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초안대로 정부안이 확정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은 공약(空約)이 되는 셈이다. 이 정도의 개헌안은 지방분권을 갈망한 지역민의 기대에 못 미친다.

어제 서병수 부산시장이 정부 개헌안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했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자치재정권과 자치입법권임에도 불구하고 개헌안 초안에는 지방세목, 징수방법 등을 지방정부가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세자치법률주의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자치입법권과 관련해서도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로 국한해 사실상 지금의 체계와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다. 이같이 지방분권 의지가 후퇴한 것과 관련, 정 위원장이 “지방정치에 대한 불신 탓으로 여론조사에서 헌법에 지방분권 국가 명시에 반대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지만 중앙우월주의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정부 개헌안 초안을 보면서 문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에도, 국회통과 가능성도 낮은데도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이유를 모르겠다. 6월 지방선거를 위해서라면 지역민들이 요구하는 지방분권형 개헌안을 마련해야 했다. 문 대통령이 약속한 연방제 수준의 강력한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헌법에 지방분권을 담보할 수 있는 조항을 반드시 둬야 한다.

정부는 오는 21일 개헌안을 정식 발의하기 전에 지방분권의 핵심 조항을 보완할 것을 당부한다. 시도지사와 전국 자치단체장들도 정부 개헌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개선을 요구하길 바란다.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